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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헬리오스에 오픈AI·MS·앤트로픽 줄섰다—삼성 HBM4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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랙 한 개에 75억 원이 넘는다. 엔비디아 베라루빈 랙보다 40% 비싸다. 그런데 오픈AI, 앤트로픽,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이 전부 이걸 쓰겠다고 나섰다. AMD가 7월 23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한 '헬리오스(Helios)'다.
처음 이 뉴스를 접했을 때 솔직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더 비싼 칩을 사겠다는 게 이해가 안 됐다. 파고들수록 맥락이 보인다. 가격이 아니라 추론 비용으로 계산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헬리오스가 뭔데
AMD는 'Advancing AI 2026'이라는 자사 이벤트를 7월 23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고 헬리오스를 공개했다. 랙스케일 AI 솔루션이라는 게 포인트다. 단순히 칩 하나를 내놓은 게 아니라 GPU-CPU-네트워킹-소프트웨어를 한 덩어리로 묶어 배송한다.
구성은 이렇다. 인스팅트 MI455X GPU 72개, EPYC 베니스(Venice) CPU 18개, 펜산도 네트워킹, ROCm 소프트웨어가 하나의 액체 냉각 섀시에 들어간다. EPYC 베니스는 TSMC 2나노 공정에 Zen 6 아키텍처다. 전체 HBM4 메모리 용량은 31TB. 엔비디아가 베라루빈 랙 전체에 담는 HBM3e보다 밀도가 훨씬 높다.
가격은 랙당 500만550만 달러 수준이다. 원화로 72억80억 원이다. 엔비디아 베라루빈이 350만~400만 달러 선인 걸 감안하면 40% 비싸다.
더 비싼데 왜 사나
MI455X 하나에 탑재된 HBM4 메모리 용량이 432GB다. 엔비디아 베라루빈 GPU에 들어가는 288GB보다 50% 많다. 메모리 대역폭이 넓을수록 LLM 추론에서 유리하다. 대형 언어모델은 가중치를 메모리에서 긁어와 연산하는 구조라서 대역폭이 병목이 된다.
AMD가 AAI 2026에서 주장한 수치는 달러당 토큰 처리량 30% 우위다. 랙 자체는 비싸지만 같은 돈으로 더 많은 토큰을 처리한다는 뜻이다. AI 추론 서비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칩 구매 가격보다 추론 단가가 핵심 지표다. 이걸로 계산하면 AMD가 더 싼 셈이다.
이전 세대인 MI355X 대비 최고 동시 처리량은 34배 늘었다는 것도 공개했다. 이게 과장인지 아닌지는 실제 구축 후에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오픈AI와 앤트로픽 같은 까다로운 고객들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는 사실 자체가 숫자를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

삼성 HBM4가 열쇠다
헬리오스의 핵심 부품은 삼성전자 HBM4다. AMD가 MI455X에 탑재한 HBM4를 삼성이 공급한다. 리사 수 AMD CEO는 AAI 2026에서 삼성과의 HBM4 본계약이 "거의 다 됐다"고 직접 언급했다. 이미 MOU는 체결된 상태고 구체적인 공급 물량 계약 단계다.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와 긴밀히 묶인 것처럼, AMD는 삼성전자 HBM4를 핵심 공급망으로 가져가고 있다. 헬리오스 한 랙에 들어가는 HBM4가 31TB인데, 3분기 말 출하를 시작해 4분기 본격 공급 예정이다. 이미 확보된 수주가 12GW 규모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 입장에서는 엔비디아 체제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렸던 판을 AMD를 통해 역전할 기회다.
이게 꽤 의미 있는 구도다. AI 칩 경쟁이 결국 HBM 공급망 경쟁이기도 하다는 걸 다시 확인하는 장면이다.
AMD가 앤트로픽에 50억 달러를 건 이유
가장 눈에 띄는 건 AMD-앤트로픽 동맹이다. AMD가 앤트로픽에 최대 50억 달러(약 7조 원)를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앤트로픽은 최대 2GW 규모의 헬리오스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하드웨어를 팔기 위해 AI 기업에 투자하는 구조다.
배경에는 ROCm 문제가 있다. ROCm은 AMD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스택으로 엔비디아 CUDA의 대항마다. 문제는 CUDA가 10년 넘게 쌓인 생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프레임워크, 라이브러리, 커뮤니티 모두 CUDA 기반으로 최적화돼 있다. AMD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소프트웨어가 따라가지 못하면 실전에서 못 쓴다.
그래서 AMD는 앤트로픽의 클로드를 활용해 ROCm 개발을 가속하기로 했다. AI로 AI 소프트웨어를 고친다는 개념이다. 오픈AI도 올해 4분기부터 헬리오스를 들이고 2027년부터 대규모 구축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게 흥미로운 건 오픈AI가 자기 경쟁사인 앤트로픽과 같은 하드웨어를 쓴다는 점이다. 하드웨어 다변화 전략이 일치했다.
ROCm이 CUDA를 따라잡을 수 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생태계 관성은 다른 문제다. 그게 AMD의 가장 큰 리스크다.
엔비디아는 끝났나
아니다. 데이터센터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 점유율은 아직 95%를 넘는다. AMD가 헬리오스를 성공적으로 공급한다 해도 시장 점유율이 4.5%에서 20~25%로 오르는 데 몇 년이 걸린다.

엔비디아도 가만있지 않는다. 베라루빈 다음 세대가 이미 개발 중이고, CUDA 생태계는 AMD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해자다. 쿠다 최적화 코드가 수십억 줄 깔려 있다.
그래도 이번 AMD 헬리오스 발표는 분명 의미 있는 전환점이다. 오픈AI, 앤트로픽, 마이크로소프트, 메타가 동시에 엔비디아 외 대안을 진지하게 채택했다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공급망 다변화 차원이기도 하지만, 추론 비용 계산이 현실화되면서 순수하게 경제성으로도 AMD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신호다.
엔비디아 독주 시대가 끝났다고 말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맞다. 10년 뒤 AI 칩 시장을 지금과 같은 구도로 설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