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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올트먼 방한 전격 취소 — GPT-5.6 출시 앞둔 오픈AI의 한국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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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 오후, 오픈AI 측에서 짧은 공지가 나왔다. 샘 올트먼 CEO가 이틀 뒤로 잡혀 있던 한국 일정을 "불가피한 개인 사정"으로 연기한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전자·네이버·카카오는 이미 일정을 잡아두고 준비 중이었다.
다들 무슨 얘기를 나눌지 알고 있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진척 상황, 삼성 HBM4 공급 일정, 챗GPT·카카오톡 연계, 네이버 클라우드 협력. 그런데 주인공이 안 온다고 한다. "협력은 예정대로 이어진다"는 오픈AI의 수습 멘트가 뒤따라왔다.

6월 14~15일, 원래 무슨 일이 있었나
올트먼은 14일 입국해서 15일 하루에 세 곳을 돌 계획이었다. 먼저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정신아 대표와 만나 카카오톡과 챗GPT 연계 방안을 논의하고, 이어 수원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에서 DX 부문 임직원들과 'DX 인사이트 토크'를 진행하고, 마지막으로 네이버와 클라우드·데이터센터 협력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었다.
하루에 세 곳. 빡빡한 스케줄이지만 요즘 한국을 찾는 빅테크 CEO들은 이 정도가 기본이다. 지난달 젠슨 황이 방한해서 성수동 LG전자부터 삼성 HBM 라인까지 하루 안에 훑고 간 것처럼.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한국을 이렇게 빡빡하게 도는 건 그냥 외교적 방문이 아니다. 챙겨야 할 공급망과 파트너가 여기 몰려 있다는 뜻이다.
이번이 올트먼의 두 번째 방한이기도 하다. 첫 번째는 약 8개월 전이었고, 그때 오픈AI 코리아 공식 출범 직후였다. 이번엔 그 후속 협의를 구체화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었다.
삼성·카카오·네이버, 각자의 기대치
세 회사의 셈법이 조금씩 다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번 방문의 무게가 꽤 컸을 것 같다. 올해 초 삼성과 SK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관련 빅딜을 체결했고, 핵심은 삼성의 HBM4 공급이다. 2026년 말부터 오픈AI 데이터센터에 삼성의 12단 HBM4가 들어갈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올트먼이 직접 디지털시티 현장을 찾는다는 건 단순 의전이 아니라 협력의 온도를 직접 확인하는 자리다. 올해 초 오픈AI가 AI 인프라 투자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밝히면서 공급 일정이 흔들리는 분위기가 있었던 터라 더 그랬다.
카카오는 다른 차원의 기대를 걸고 있었을 것 같다. 카카오는 독자 AI 개발보다 오픈AI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잡아왔다. 카카오톡의 대화 맥락과 챗GPT를 엮으면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강한 차별점이 생긴다. 월간 활성 이용자 4,700만 명의 카카오톡이 챗GPT와 직접 연결된다면 어떤 그림인지, 이번 회동에서 그 윤곽이 나올 수 있었다.
네이버는 좀 다른 계산이다. 클라우드 사업을 키우면서 오픈AI와 데이터센터 협력을 타진하는 중인데, 이쪽은 단기보다 중장기 인프라 싸움이라 이번 연기로 급격히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다.

GPT-5.6, 타이밍이 묘하다
방한 연기 소식이 뜬 시점과 GPT-5.6 출시 카운트다운이 겹친다. 오픈AI는 이달 중 GPT-5.6(코드명 'Kindle')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앤트로픽이 6월 9일 클로드 페이블 5를 공개하면서 코딩·추론 벤치마크에서 GPT-5.5를 상당히 앞서는 성적을 냈고, 오픈AI가 그에 대한 반격 카드로 꺼내드는 게 5.6이다.
GPT-5.5 대 페이블 5 구도가 지금 재밌다. SWE-Bench Pro(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평가)에서는 페이블 5가 80.3점으로 GPT-5.5의 58.6점을 20포인트 이상 앞섰다. 하지만 UC버클리가 설계한 '에이전트 실무 능력 평가'에서는 GPT-5.5가 역전했다. 어떤 태스크를 주느냐에 따라 결과가 뒤집히는 상황이다.
GPT-5.6이 나오면 이 판이 또 한 번 바뀐다. 거기다 오픈AI가 IPO 준비를 병행하고 있는 시점이다. 상장을 앞두고 플래그십 모델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는 건 제품 실적이자 IR 메시지이기도 하다. "개인 사정"이라고 했지만, 출시 직전 단계에서 본사에 있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한국이 오픈AI에 필요한 이유
조금 멀리서 보면 이 이야기의 본질이 보인다. 오픈AI가 한국에 공들이는 건 시장 규모 때문만이 아니다.
2025년 9월 오픈AI 코리아 출범 당시 최고전략책임자 제이슨 권은 이렇게 말했다. "AGI를 실현하려면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고, 삼성·SK 같은 회사들이 차세대 메모리와 반도체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과의 협력이 AGI 개발의 핵심 토대다." AGI를 만들려면 메모리 반도체가 있어야 하고, 그걸 만드는 건 한국이라는 얘기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총 규모가 5,000억 달러(약 726조 원)다. 여기서 삼성과 SK의 역할이 얼마나 되느냐는 실제로 한국 경제에 직결된다. 오픈AI가 최근 투자 규모를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공급 일정에 변수가 생기긴 했지만, 오픈AI가 한국을 '공급망'으로 필요로 한다는 구도 자체는 흔들리지 않는다.

연기가 포석이 되려면
10년 넘게 블로그를 하면서 느낀 건데, CEO 방문 연기가 파트너십 파기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못 봤다. 오히려 실무 협의가 충분히 무르익은 다음에 정상급 방문으로 마무리하는 패턴이 더 많다. 삼성·네이버·카카오와의 회동도 비슷한 흐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이번 연기가 아무 의미 없는 건 아니다. GPT-5.6 출시와 IPO 준비가 맞물린 이 시점에 아시아 전체 방문을 미뤘다는 건, 오픈AI 내부가 그만큼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다.
샘 올트먼이 다시 한국을 찾을 때 손에 무엇을 들고 오는지가 진짜 관전 포인트다. GPT-5.6 탑재 계약서가 될지, 스타게이트 한국 데이터센터 착공식 초대장이 될지. 그때 가서야 이번 연기가 진짜 포석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일정 조율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