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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AI 팩토리, 카카오는 챗GPT — 한국 빅테크의 다른 판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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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넷 빅테크 양강이 AI 전략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굳혔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기가와트급 AI 팩토리를 짓겠다고 나섰고, 카카오는 오픈AI·구글과 파트너십을 맺어 카카오톡 안에 챗GPT를 얹었다. 둘 다 AI에 올인하고 있는 건 맞지만, 내가 보기엔 이건 단순한 전략 차이가 아니다. 출발점부터 다른 두 회사가 각자의 생존 본능으로 선택한 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AI 전략 갈림길

네이버가 택한 길: 공급자

6월 8일 젠슨 황이 네이버1784를 방문한 날, 두 회사가 내놓은 발표는 꽤 묵직했다. 네이버가 한국 기업 최초로 엔비디아 주도 AI 개발 동맹 '네모트론 연합'에 합류한다는 것. 네모트론 연합엔 커서, 미스트랄AI, 퍼플렉시티 같은 글로벌 AI 기업 12곳이 들어가 있는데, 네이버가 그 문을 열고 들어간 첫 번째 한국 기업이 됐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네이버는 '각 세종'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AI 팩토리를 짓겠다는 청사진도 공개했다. 2027년 상반기 55MW로 시작해 연내 100MW, 2028년엔 200MW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기가와트(GW)급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200MW는 GW의 5분의 1 수준이니 아직 갈 길이 멀긴 하다. 그래도 한국 기업 기준으론 전례 없는 규모다.

더 흥미로운 건 '서울 월드 모델' 프로젝트다. 엔비디아의 공간 AI 기반 모델 '코스모스'에 네이버의 거리뷰 데이터와 공간 모델링 기술을 결합해 서울을 디지털 세계로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피지컬 AI, 자율주행, 로보틱스 시대를 겨냥한 선제적 포지셔닝이다. AMD와도 차세대 GPU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으니, 네이버는 인프라 공급자의 길을 확실히 굳힌 셈이다.

네이버 엔비디아 AI 팩토리 각세종

카카오가 택한 길: 접점

카카오는 반대 방향으로 갔다. 인프라를 직접 짓는 대신, 세계 최고 AI 모델을 빌려 자신이 가진 플랫폼에 끼워 넣는 전략이다. 지난해 2월 오픈AI와 전략 제휴를 맺고 올해 3월엔 구글 파트너십까지 추가했다.

결과물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챗GPT 포 카카오'다. 카카오톡 채팅탭에서 별도 앱 설치 없이 챗GPT를 쓸 수 있고, 카카오맵·카카오 예약하기·선물하기·멜론 같은 카카오 서비스와 AI 에이전트 '카카오 툴즈'로 연결된다. 월 2만9천 원에 챗GPT 프로를 쓸 수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출시 3개월 만에 사용자 800만 명을 돌파했다.

구글과의 파트너십은 안드로이드 XR 기반 AI 글래스와 구글 TPU 도입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온디바이스 AI 서비스 고도화가 목표다. 카카오가 추가 투자 없이 구글의 하드웨어 역량을 빌리는 구조다.

솔직히 말하면, 카카오 입장에서는 이게 현실적인 선택이다. 자체 LLM에 수조 원을 쏟아붓기엔 재무 상황이 여의치 않고, 5천만 카카오톡 사용자라는 접점은 어떤 AI 기업도 탐낼 자산이다. 자기 강점을 제대로 활용한 것이다.

왜 이렇게 갈렸나

두 회사가 다른 길을 택한 건 결국 뭘 갖고 있느냐의 차이다.

네이버는 10년 넘게 자체 서버,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를 직접 구축해왔다. 하이퍼클로바X라는 한국어 특화 LLM도 자체 개발했다. 인프라를 직접 운용하는 역량이 쌓여 있으니, 그 위에 AI 팩토리를 올리는 게 자연스럽다. 반면 데이터는 국내 최대 포털이라는 강점에서 나오고, 엔비디아와 손을 잡으면 글로벌 AI 공급망에 편입될 기회가 생긴다.

카카오의 강점은 다르다. 국민 메신저라는 플랫폼이다. 카카오톡 월간 사용자는 5천만 명을 넘는다. 이 접점에 AI를 붙이는 순간 오픈AI든 구글이든 협력하고 싶어한다. 자체 AI 모델에 투자하기보다 최고 모델을 데려와 플랫폼 접점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카카오 챗GPT 800만 사용자

어느 쪽이 맞는가

10년 블로그 하면서 한국 IT 기업들 전략 변화를 꽤 지켜봤는데, 이번엔 판단이 쉽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카카오가 유리해 보인다. AI 팩토리는 투자 대비 수익이 나오기까지 몇 년이 걸린다. 반면 챗GPT 포 카카오는 이미 800만 명이 쓰고 있다. 지금 당장 숫자가 나온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보면 네이버의 베팅이 더 클 수 있다. 피지컬 AI, 자율주행, 로봇 시대가 오면 AI 팩토리와 인프라를 가진 쪽이 협상력을 갖는다. 카카오처럼 외부 AI를 빌리는 구조는 오픈AI나 구글이 조건을 바꾸면 취약해진다. 10년 후의 포지션은 다를 수 있다.

내 판단엔 둘 다 틀리지 않았다. 각자 가진 패로 최선의 수를 뒀다. 문제는 이 판이 끝날 때까지 누가 더 잘 버티느냐다. 네이버는 투자 회수까지 버텨야 하고, 카카오는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지기 전에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그 싸움이 이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