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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IO 2026: AI 에이전트·스마트글래스·검색 대수술, 순다르 피차이의 세 가지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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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샌프란시스코 쇼어라인 앰피시어터. 순다르 피차이가 무대에 오르자마자 꺼낸 말이 "에이전틱 제미나이 시대의 시작"이었다. 구글 I/O 2026은 연례 개발자 행사가 아니라 회사의 방향 선언문이었다.
이번 행사에서 100가지 넘는 발표가 나왔다. 그 중에서 실제로 의미 있는 건 세 가지다. AI 에이전트 '제미나이 스파크', AI 안경, 검색창 25년 만의 대수술. 나머지는 다 이 세 가지를 뒷받침하는 살붙이기에 가깝다.

제미나이 스파크 — 항상 켜져 있는 AI 비서
솔직히 처음 이름만 들었을 때는 그냥 새 버전 제미나이겠거니 했다. 아니었다.
제미나이 스파크는 구글 클라우드에서 24시간 365일 돌아가는 개인 AI 에이전트다. 노트북을 꺼도 일을 계속한다. 바로 그 지점이 핵심이다. 기존 AI 어시스턴트들은 질문하면 답해주는 방식이었다. 스파크는 내가 맡긴 일을 알아서 끝내놓는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식이다. "구독 서비스 정리해줘"라고 하면 카드 명세서를 뒤져서 안 쓰는 구독 목록을 뽑아온다. "아이 학교 메일 정리해줘"라고 하면 학교 관련 메일을 모아 요약해준다. 여기서 실제로 취소하거나 답장을 보내는 고위험 액션은 반드시 내 승인을 먼저 받는다. 구글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이 부분이고, 그것 때문에 '안전하게 시작한다'는 표현을 반복했다.
기술 구조도 꽤 공들였다. 매 작업마다 독립된 임시 가상머신(VM)에서 실행되고, 세션이 끝나면 VM이 사라진다. 세션 간 데이터가 섞이는 일이 없도록 격리된 셈이다. 클라우드에서 돌아가니까 맥북에서 시작한 작업을 스마트폰에서 이어받는 것도 된다.
가격은 월 100달러짜리 AI 울트라 플랜 구독자에게 먼저 열렸다. 기존 250달러짜리 최상위 플랜은 200달러로 내려갔고, 신규 100달러 플랜이 그 아래에 생긴 구조다. 에이전트 AI를 실제 상품화한 구글의 첫 번째 시도라는 점에서 지켜볼 만하다.
AI 안경 — 메타 레이밴에 대한 구글의 답

구글이 삼성전자, 젠틀몬스터, 와비파커와 손잡고 AI 안경을 처음 공개했다. 두 패션 브랜드가 각각 다른 스타일로 만들었는데, 젠틀몬스터는 파격적인 쪽을 맡고 와비파커는 단정하고 클래식한 방향으로 갔다.
기능은 메타 레이밴과 비슷하다. 음성으로 제미나이에게 뭔가 물어보면 이어폰으로 답이 온다. 길 안내, 메시지 전송, 음식 주문 같은 것도 손 안 대고 된다. 여기에 '인렌즈 디스플레이' 버전은 렌즈에 직접 정보가 표시된다. 길 안내 화살표가 렌즈에 뜨는 식이다.
출시 일정은 오디오 글래스(스피커 내장형)가 올가을, 디스플레이 글래스는 연말이다.
10년 블로그 하면서 수많은 하드웨어 데모를 봤는데, 무대 위 데모는 항상 잘 된다. 실제로 손에 쥐어보면 또 다른 이야기다. 그래도 이번엔 삼성이 하드웨어 제조를 맡는다는 게 차이점이다. 구글만 혼자였을 때와 달리 생산·공급망 쪽에서 힘이 있다. 메타 레이밴이 혼자 달리던 시장에 이 조합으로 들어오면 경쟁 자체는 흥미로워진다.
검색창 25년 만의 대수술

구글이 검색창을 전면 개편했다. 회사가 스스로 "25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개편"이라고 했는데, 이 말은 허세가 아니다. '인텔리전트 서치박스'라는 새 검색창은 질문을 입력하면 링크 목록 대신 제미나이가 바로 답을 내놓는 구조로 바뀌었다.
기반 모델은 제미나이 3.5 플래시다. 이전 플래그십인 3.1 프로보다 거의 모든 벤치마크에서 앞서면서 속도는 4배 빠르고 비용은 절반 이하라고 한다. 유료 구독자들에겐 이미 기본값으로 적용됐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게 있다. 구글 검색은 인터넷 광고 생태계의 핵심이다. 사람들이 검색하면 클릭하고, 클릭하면 광고 수익이 생기는 구조인데, AI가 직접 답을 줘버리면 링크를 클릭할 이유가 줄어든다. 광고 모델에 균열이 간다는 소리다.
구글이 그걸 알면서도 이 방향을 택한 거다. 자기 수익 구조에 스스로 손을 댔다. 달리 보면 AI한테 검색 시장을 빼앗기느니 내가 먼저 AI 검색이 되겠다는 판단이다. 어차피 젊은 세대는 구글 대신 챗GPT나 퍼플렉시티로 정보를 찾는 습관이 생겼으니까.
챗GPT 64%, 제미나이 21% — 지형이 이미 바뀌고 있다
구글 I/O와 별개로, 요즘 AI 시장 트래픽 데이터가 의미심장하다. 2025년 1월 챗GPT는 웹 트래픽 기준 86.7%를 쥐고 있었다. 2026년 1월에는 64.5%로 내려왔다. 1년에 22%포인트가 빠진 거다.
반면 제미나이는 같은 기간 5.7%에서 21.5%로 뛰었다. 643% 증가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절대 수치로 보면 약 3배 반이다.
챗GPT가 나빠졌다는 뜻이 아니다. 파이 자체가 커지면서 후발 주자들이 더 빠르게 커지는 국면이다. 구글 입장에서 유리한 건 기기 탑재 전략이다. 안드로이드 폰에 제미나이가 기본으로 깔려 있으니 자연스럽게 쓰는 사람이 늘어난다.
WWDC에서 애플이 시리의 핵심 AI 파트너로 오픈AI 대신 구글을 선택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iOS 기기에서도 제미나이가 작동하면 점유율 변화는 더 가팔라질 수 있다.
구글 I/O 2026이 보여준 건 결국 구글이 다시 공세 모드라는 거다. 챗GPT 열풍에 잠깐 수세에 몰린 것 같았는데, 제미나이 스파크·AI 안경·검색 개편 세 가지를 동시에 꺼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에이전트 AI 쪽은 아직 초기 단계라 실제 사용성이 증명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가을에 AI 안경 실물이 나오면 그때 진짜 판단이 가능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