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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보다 비싸진 클로드 — 앤트로픽 기업가치 1460조, IPO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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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가 AI 왕좌를 내줬다. 2022년 챗GPT로 생성형 AI 붐을 만든 바로 그 회사가, 이제는 경쟁자에게 기업가치와 성장 속도를 모두 추월당한 처지가 됐다. 경쟁자는 앤트로픽이다.
지난 5월 말, 앤트로픽은 650억 달러를 추가 조달하며 기업가치를 9650억 달러(약 1460조원)로 확정했다. 같은 시점 오픈AI의 기업가치는 8520억 달러(약 1280조원)였다. 숫자만 보면 앤트로픽이 약 180조원 앞선다. 파생상품 시장에서 앤트로픽 내재 시총이 오픈AI를 처음 추월한 건 지난 4월이었는데, 그게 이제 현실 라운드에서도 공식화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번 라운드에 참여했다. 어제 포스팅에서 삼성이 클로드 미토스를 사내에 도입했다고 썼는데, 단순한 고객을 넘어 투자자로도 들어간 셈이다.
ARR 47배, 5개월의 궤적
앤트로픽의 연간 반복 매출(ARR) 성장 곡선은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다.
2024년 12월 약 10억 달러(1.5조원)였던 ARR이 2025년 말 90억 달러로 뛰더니, 올해 들어 2월 140억 달러, 3월 190억~200억 달러, 4월 초 300억 달러 돌파, 5월에는 470억 달러(약 71조원)를 찍었다. 5개월 만에 47배다. 비유하자면, 1월에 동네 편의점 수준이었던 매출이 6월에 대형마트 체인이 된 것과 비슷한 속도다.
2분기 전망은 더 강하다. 앤트로픽은 투자자들에게 "2분기까지 ARR 500억 달러(75조원)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했다. 2분기 분기 매출 109억 달러, 영업이익 5억 5900만 달러로 사상 첫 분기 흑자도 예고했다.
오픈AI의 1분기 분기 매출은 57억 달러였다. 앤트로픽이 2분기에 109억 달러를 찍는다면, 단기간에 분기 매출도 역전한다. 반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그림이었다.
오픈AI는 구조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챗GPT 무료 사용자를 먹여 살리는 컴퓨팅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사용자 수는 수억 명이지만 그 중 상당수가 돈을 내지 않는다. 반면 앤트로픽은 처음부터 기업용 API와 엔터프라이즈 계약에 집중했다. 아마존이 40억 달러를 투자하며 AWS 파트너가 됐고, 구글도 초기부터 전략적 투자자다.

IPO 레이스: 앤트로픽이 선수를 쳤다
지난 6월 2일, 앤트로픽은 SEC에 상장 신청서를 비공개로 제출했다. 오픈AI보다 먼저다.
주관사는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상장 목표 시점은 이르면 올해 10월이다. 비공개 신청이라 세부 실적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은 이미 달아올랐다.
앤트로픽 주식에는 약 20억 달러의 대기 매수 수요가 몰려 있다. 직전 라운드 대비 50%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다. 오픈AI 구형 주식이 최근 라운드 대비 10% 할인에 팔리는 것과 정반대다. 투자자 심리가 어느 쪽에 기울었는지 숫자로 드러난다.
오픈AI도 IPO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와의 소송이 아직 진행 중이고, 비영리→영리 전환 과정에서 법적 이슈도 남아 있다. 앤트로픽이 이런 잡음 없이 먼저 상장 레이스에서 치고 나간 건, 구조적으로도 앞섰다는 신호다.
나는 AI 업계 IPO가 오픈AI 중심으로만 논의됐던 관행이 이번에 완전히 깨졌다고 본다. 앤트로픽이 상장에 성공하면, "AI 대장주"가 오픈AI 단독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시장이 본격적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클로드 페이블 5 — 위험하다던 모델을 공개석상에 꺼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이 클로드 페이블 5(Claude Fable 5)를 공개했다.
이 모델의 배경이 흥미롭다. 어제 포스팅에서 다룬 미토스(Mythos)와 같은 아키텍처 기반이다. 미토스는 앤트로픽이 지난달 미국 정부에 "AI 역사상 가장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를 보낸 바로 그 모델이다. 그 계통의 모델을 이제 누구나 쓸 수 있게 풀어버린 것이다.
물론 안전장치가 달렸다. 사이버보안, 생물학, 화학 관련 고위험 질의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옵스 4.8로 전환해 응답한다. 앤트로픽에 따르면 이 차단은 전체 세션의 5% 미만에서 발동한다. 나머지 95%는 미토스급 성능 그대로다.
벤치마크는 인상적이다. 코딩 성능을 측정하는 SWE-Bench Pro에서 80.3%로 미토스(77.8%)를 오히려 앞질렀다. 터미널 벤치마크 2.1에서는 88%로 GPT-5.5(83.4%)와 클로드 옵스 4.8(82.7%)보다 높다. 복잡한 작업일수록 다른 모델과의 격차가 커진다고 앤트로픽은 설명한다.
가격은 입력 토큰 100만 개당 10달러, 출력 100만 개당 50달러. 미토스 프리뷰 가격의 절반 이하다. 프로·맥스·팀·엔터프라이즈 플랜 가입자는 22일까지 추가 비용 없이 쓸 수 있다. 23일부터는 별도 크레딧이 필요하다.

오픈AI는 왜 뒤처졌나
챗GPT를 만든 회사가 왜 이렇게 됐을까.
B2C 대 B2B의 차이라고 나는 본다. 오픈AI는 챗GPT로 소비자 시장에서 압도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수억 명의 사용자가 있다. 그런데 그 수억 명 중 실제로 돈을 내는 비율은 낮다. 무료 사용자들을 감당하는 컴퓨팅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쌓인다. 1분기에 57억 달러를 벌었지만 그 이상을 쓰는 구조다.
앤트로픽은 달랐다. 소비자 시장에서 인지도를 폭발적으로 키우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기업 고객, API 개발자, 엔터프라이즈 계약 중심으로 매출을 쌓아왔다. 아마존 AWS, 구글 클라우드, 그리고 이번에 삼성·SK하이닉스까지 파트너이자 투자자로 끌어들였다. 돈을 내는 고객을 붙잡는 데 집중한 것이다.
솔직히 몇 년 전만 해도 앤트로픽이 오픈AI를 실질적으로 앞설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AI 안전"을 이유로 오픈AI에서 나온 연구자들이 만든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안전을 강조하는 회사가 상업적으로도 이긴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물론 오픈AI도 만만치 않다. 챗GPT 사용자 기반은 여전히 압도적이고, 이 인지도 자체가 거대한 브랜드 자산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보는 건 성장 속도다. 그리고 지금 그 속도는 앤트로픽 쪽이 가파르다.

앤트로픽 창업자 다리오 아모데이 형제는 오픈AI 출신이다. AI 안전에 집착한다는 이유로 내부에서 갈등을 겪다 나온 사람들이 세운 회사가, 지금은 AI 산업 전체의 무게중심을 바꾸고 있다. 아이러니하다. 동시에, 그래서 더 흥미롭기도 하다.
10월 상장이 예정대로 이뤄진다면, 앤트로픽은 AI 업계 첫 상장 대기업이 된다. 그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AI 산업 전체의 기업가치 기준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