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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오늘 방한, 성수동 삼겹살 회동 — 한국 4대 그룹 총수 총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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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5시 20분,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대만 컴퓨텍스 GTC 타이베이를 마치고 곧장 한국으로 건너온 것. 7개월 만의 재방문이다.

이번엔 치킨이 아니다. 오늘 저녁 서울 성수동의 한 삼겹살집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한자리에 모인다. 한국 4대 그룹 총수가 외국 기업인 한 명을 위해 저녁을 같이 먹는 자리가 과연 이전에 있었나 싶다. 달리 말하면, 이게 지금 엔비디아의 위상이다.

성수동 삼겹살집은 이미 예약이 폭주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젠슨 황 근처에라도 앉고 싶다"는 사람들이 몰렸다는 거다. 좀 웃기기도 한데, 동시에 이 사람의 영향력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젠슨 황 방한과 성수동 회동

"루빈에 한국 HBM4 탑재" — 코스피를 8800 위로 올린 한마디

며칠 전 컴퓨텍스 GTC 타이베이 기조연설에서 젠슨 황이 발표를 하나 했다.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양산에 들어갔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HBM4를 탑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발언 하나로 코스피가 사상 처음 8800선을 돌파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각별한 의미다. 지난 몇 년간 HBM 공급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줬는데, 베라 루빈에서는 삼성 HBM4도 이름을 나란히 올렸다. 물론 "탑재한다"는 게 확정 발주는 아니다. 수율, 납품 시기, 물량 배분까지 아직 갈 길이 남아 있고, 엔비디아 품질 검증 통과 여부가 관건이다.

SK하이닉스 부스도 방문했다. 7세대 HBM4E 웨이퍼 위에 "Please Make More"라고 직접 써줬다. 이미지 연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급이 실제로 부족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AI 가속기 수요가 워낙 폭발적이라 메모리가 병목이 되고 있는 거다. 세계 HBM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SK하이닉스에 "더 만들어 달라"는 부탁은 립서비스가 아니다.

이번 방한 기간에 삼성과의 별도 실무 회동도 잡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회장이 해외 출장 중이라 실무진 중심이다. 하반기 HBM4 납품 물량 협의가 핵심 의제다. 삼성이 엔비디아 품질 검증을 통과하면 SK하이닉스 단독 체제에서 양강 공급 구도로 바뀐다. 삼성으로선 지난 몇 년간 공을 들인 HBM 재기의 분수령이 이번이다.

HBM4 반도체와 베라 루빈 GPU

"사랑해요 LG" — 젠슨 황이 구광모를 선택한 진짜 이유

이번 방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LG다. 젠슨 황이 인터뷰에서 "사랑해요 LG"라는 말을 꺼냈다. 외교적 수사로만 볼 수 없다.

왜 LG인가. 피지컬 AI, 즉 AI가 디지털 공간을 벗어나 현실 물리 세계에서 작동하는 시대를 열려면 소프트웨어만으로는 안 된다. 로봇이 실제 가정과 공장에서 일하려면 방대한 실물 데이터와 검증 환경이 필요하다. LG가 딱 그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전 세계 수억 가구에 냉장고·세탁기·에어컨이 깔려 있다. 생산 현장에서는 스마트팩토리를 운영한다. 이 규모의 현실 공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LG는 단순한 하드웨어 고객이 아니라, 피지컬 AI 생태계 전체를 검증하는 테스트베드이자 데이터 파트너다.

협력이 이미 구체화돼 있다는 게 중요하다. LG전자의 가정용 서비스 로봇 클로이에는 엔비디아의 젯슨 토르 칩이 들어갔다.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개발 플랫폼 아이작을 통해 가상 환경에서 수백만 번 학습한 뒤 실제 환경에 배포하는 방식이다. 로봇이 실제 집에서 일하기 전에, 가상의 집에서 먼저 연습하는 거다. 생산 라인도 마찬가지다. LG 스마트팩토리에 엔비디아 GPU 기반 AI가 들어가 불량 감지, 공정 최적화, 예측 유지보수 등을 맡고 있다.

LG전자 주가가 올해 들어 327% 올랐다. 두산로보틱스가 같은 기간 114% 오른 것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거품이냐 실체냐 논쟁이 있지만, 협력의 내용이 구체적인 만큼 완전한 거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직 사업화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앞으로 채워질 여지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 딜사이트 보도에 따르면, 젠슨 황과 구광모의 회동이 있었고 관계도 긊어지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업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대감이 앞서는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협력 방향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은 아니다.

LG 피지컬 AI 로봇과 엔비디아 협력

오늘 자리에서 나오는 것, 나오지 않는 것

솔직히 오늘 저녁 성수동에서 당장 계약 발표가 나올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난 11월 1차 깐부 회동도 그랬다. 발표 한 줄 없이 자리가 끝났지만, 이후 몇 달 사이에 각 그룹과의 협력 내용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오늘 자리의 의미는 자리 자체보다 이후에 있다. 최태원 회장과는 SK하이닉스 HBM 공급 확대, SK텔레콤의 AI 인프라 투자 방향이 테이블에 오를 것이다. 구광모 회장과는 피지컬 AI 파트너십의 범위를 어디까지 넓힐지 논의가 있을 거고, 이해진 의장과는 네이버 데이터센터의 AI 전환과 GPU 수요, 정의선 회장과는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협력이 각각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리가 끝나고 나서의 일정도 흥미롭다. 8일에는 경기도 성남의 네이버 사옥을 찾고, 양재동 현대차 사옥과 여의도 LG트윈타워 방문도 거론된다. 오늘 회동이 관계를 다지는 자리라면, 개별 방문에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형식이 바뀌는 거지, 내용은 이어진다.

7개월 만에 다시 찾는 한국, 이유가 있다

작년 11월 처음 방한하고 7개월 만에 또 왔다. AI 하드웨어 공급망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이 숫자 하나가 말해준다.

엔비디아의 GPU는 AI의 두뇌다. 그 두뇌를 돌리는 HBM 메모리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의 대부분을 쥐고 있다. AI 가속기가 팔릴수록 한국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올라가는 구조다. 두 회사가 엔비디아 공급망의 핵심 양대 파트너인 셈이다.

피지컬 AI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LG의 위치도 달라진다. 생활가전 회사가 AI 로봇 생태계의 핵심 테스트베드가 된다는 그림이 5년 전에는 낯설었을 것이다. 그 그림이 지금 실제로 그려지고 있다.

10년 블로그 하면서 이런 장면은 처음이다. 미국 반도체 회사 CEO 하나가 한국에 오면 국내 총수들이 줄 서서 삼겹살을 같이 먹는 시대. 엔비디아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동시에 AI 인프라 주도권이 얼마나 절박한 이슈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 저녁 성수동 어딘가, 삼겹살 연기가 피어오르는 자리에서 앞으로 몇 년간의 AI 하드웨어 생태계 판도가 조금씩 정해지고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