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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미 K3가 불편한 이유—딥시크 이후 중국 AI가 다시 미국 최전선을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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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 딥시크가 터졌을 때 분위기를 기억한다. X에 "이거 진짜야?"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엔비디아 주가가 하루 만에 17% 빠졌다. 그때 실리콘밸리가 받았던 충격이 이번에 또 왔다.
중국 스타트업 문샷AI(Moonshot AI)가 7월 16일 '키미 K3(Kimi K3)'를 공개했다. 하필 타이밍도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개막일이다. 쇼를 노린 게 분명하다. 그리고 효과가 있었다.

2.8조 파라미터, 이 숫자가 말해주는 것
키미 K3는 총 매개변수(파라미터) 2조 8,000억 개짜리 모델이다. 오픈웨이트(open-weight) 모델 기준으로는 역사상 최대 규모다. 지금까지 공개된 어떤 오픈소스 AI도 이 크기에 도달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착각이다. 키미 K3는 MoE(Mixture of Experts) 구조로 설계됐다. 전체 모델 안에 896개의 전문가(expert) 모듈이 있고, 토큰을 처리할 때는 그중 16개만 활성화한다. 매 추론마다 전체 파라미터가 다 작동하는 게 아니라, 태스크에 맞는 전문가만 골라 쓰는 방식이다. 덕분에 추론 비용이 크기에 비해 상당히 낮다.
여기에 100만 토큰 컨텍스트 윈도우가 붙는다. GPT-5.6 솔이 128,000 토큰인 것과 비교하면 8배 이상이다. 논문 수십 편이나 코드베이스 전체를 한 번에 집어넣어도 소화한다. 롱 컨텍스트가 필요한 엔터프라이즈 작업에서 이건 꽤 결정적인 차이다.
기술 구성도 눈에 띈다. 문샷AI의 자체 기술 블로그에 따르면 K3는 Kimi Delta Attention, Attention Residuals, 양자화 인식 학습(QAT) 세 가지 알고리즘이 핵심이다. 표면적으로는 그냥 큰 모델처럼 보이지만, 뜯어보면 컴퓨트 제약을 메모리 효율로 극복하려는 설계가 전체에 박혀 있다.
성능, 어느 수준인가
독립 평가 기관 Artificial Analysis의 종합 지능 지표(Intelligence Index)에서 키미 K3는 57점을 받았다. 클로드 오퍼스 4.8(56점)을 근소하게 앞섰고, xAI의 그록 4.5(54점)나 메타의 Muse Spark 1.1(51점), 구글 제미나이 3.5 플래시(50점)를 제쳤다. 현재 1위인 클로드 페이블 5(60점)와 GPT-5.6 솔 맥스(59점)에는 살짝 못 미친다.
종합 순위만 보면 "4위네" 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코딩 쪽은 다른 이야기다.
프론트엔드 코드 아레나(Frontend Code Arena)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키미 K3는 1,679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페이블 5를 제쳤다. 7개 프론트엔드 카테고리 중 6개—전자상거래 UI, 대시보드, 폼, 랜딩 페이지, 웹앱, 모바일 앱—에서 1위를 가져갔다. 유일하게 뒤진 건 게임 카테고리뿐이다.
이 결과를 처음 봤을 때 두 번 확인했다.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이 Anthropic의 최신 플래그십을 코딩 벤치마크에서 이긴다는 건 반년 전만 해도 나오기 힘든 결과였다.

가격 전쟁, 이게 본게임이다
성능 얘기가 흥미롭긴 한데, 솔직히 가격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좋아도 비싸면 안 쓰인다.
키미 K3 API 가격은 입력 100만 토큰당 3달러, 출력 100만 토큰당 15달러다. 캐시 히트 시 입력은 0.30달러로 내려간다. Artificial Analysis가 실제 벤치마크 태스크 기준 작업당 비용을 계산했더니 키미 K3는 0.94달러가 나왔다. 클로드 오퍼스 4.8은 1.80달러다. 거의 정확히 절반이다.
그런데 7월 27일에 오픈웨이트 전체를 무료 공개한다고 했다. 모델 가중치를 직접 받아서 자체 서버에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API 비용이 아예 없어진다. 대형 기업이나 정부 기관, 연구소 입장에서는 이 시나리오가 훨씬 매력적이다. 딥시크 오픈소스가 공개됐을 때 수백 개의 파생 프로젝트가 쏟아졌던 것과 비슷한 흐름이 또 올 수 있다.
출시 직후 48시간 동안 수요가 폭증해서 문샷AI가 신규 구독을 일시 중단했다. 회사 측은 "기존 회원에게 컴퓨팅 자원을 우선 배분하겠다"고 공지했고, 소식통에 따르면 하루 매출이 최소 6배 뛰었다고 한다.
칩 규제를 뚫는 중국의 방식
미국이 NVIDIA H100, A100 같은 고성능 AI 칩의 대중국 수출을 막은 지 몇 년이 됐다. 그 규제가 중국 AI를 묶어둘 거라는 계산이었다.
키미 K3는 그 계산이 빗나가고 있다는 걸 다시 보여줬다. Tom's Hardware가 "중국이 미국의 컴퓨트 제한을 우회하면서 만들었다"고 쓸 만큼, 이 모델은 칩 부족을 설계로 극복한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샷AI가 택한 전략은 컴퓨트 대신 메모리 효율이다. 앞서 언급한 Delta Attention, Attention Residuals가 핵심인데, 요점은 같은 칩으로 더 많은 걸 뽑아내는 구조를 짠다는 것이다. 칩이 모자라면 알고리즘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면 된다—다소 단순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해내기가 엄청 어렵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AI 차르(czar) 데이비드 삭스는 K3 공개 직후 X에서 이 모델에 대해 언급하며 중국 오픈웨이트 AI의 약진을 인정하는 발언을 남겼다. 규제를 설계한 측에서 그 한계를 인정한 셈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키미 K3 출시가 "AI 분야에서 미국이 중국에 앞선다는 통념을 뒤흔들었다"고 평가했다. 딥시크 쇼크와 맥락이 같지만, 이번엔 규모(2.8조 파라미터)와 개방성(오픈웨이트)이 더 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샷AI는 이걸로 뭘 하려는가
기술 얘기만 하기엔 뒤에 비즈니스 이야기가 더 흥미롭다.
문샷AI는 키미 K3 흥행을 발판으로 이르면 6개월 안에 홍콩 증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고 알려졌다.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와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로 거론되고 있다. 예상 기업가치는 300억 달러(약 45조 원) 수준이다.
이 회사의 연환산 매출(ARR)이 지난 6월 기준으로 이미 연간 3억 달러(약 4,500억 원)에 달한다. 4월 ARR이 2억 달러였으니 두 달 만에 50% 성장한 것이다. K3 출시 이후 폭발적인 수요를 고려하면 이 숫자가 더 빠르게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시장이 키미 K3를 단순한 모델 출시가 아니라 중국 AI 산업의 글로벌 자본시장 진출 신호로 읽는 이유가 여기 있다. 딥시크가 기술로 충격을 줬다면, 문샷AI는 기술에 자본 서사까지 얹는 전략이다.
7월 27일 오픈웨이트 공개가 이번 이야기의 다음 챕터다. 그때 가면 키미 K3가 실제로 얼마나 확산되는지 더 잘 보일 것이다. 딥시크 때처럼 하루 만에 Ollama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찍고 전 세계 개발자들이 파인튜닝 버전을 쏟아낼 수도 있다.
솔직히 미국 AI 회사들에게는 꽤 불편한 7월이 됐을 것 같다. 칩 통제로 중국 AI의 발을 묶으려 했는데, 결과적으로 묶이지 않았다는 게 계속 증명되고 있으니까. 다음 라운드가 어떻게 전개될지 벌써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