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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창시자도 노벨상 수상자도—구글 딥마인드 인재 이탈이 시총 380조를 날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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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주가가 하루 만에 5% 넘게 무너진 날이 있었다. 6월 23일이었다. 날아간 시가총액이 2250억 달러, 한화 약 380조원. 반도체 사이클 충격도, 광고 매출 쇼크도 아니었다. 연구원 두 명이 짐을 싼다는 소식이었다.

이 두 사람이 그냥 연구원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였다.

노벨상 수상자가 경쟁사로 간다는 것의 무게

존 점퍼. 단백질 구조를 AI로 예측하는 '알파폴드'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 부사장이다. 2024년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CEO와 함께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인물이다. 그가 9년 만에 구글을 떠나 앤스로픽에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주에 노암 샤지어가 오픈AI로 갔다.

샤지어는 '어텐션 이즈 올 유 니드(Attention Is All You Need)' 논문의 공동 저자다. 지금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대형 언어 모델의 뼈대가 된 그 트랜스포머 논문 말이다. 그는 2021년에도 구글을 한 번 떠난 적이 있다. 자신이 만든 챗봇 기술을 구글이 출시해주지 않는다며 사직서를 내고 캐릭터.ai를 창업했다. 구글은 2024년 약 27억달러(약 3조 6000억원)를 들여 캐릭터.ai 기술을 라이선스하고 샤지어를 제미나이 프로젝트에 복귀시켰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안 됐다. 또 떠났다.

구글 딥마인드 인재 이탈 사태

두 명이 아니었다

이 두 사람이 유독 이름값이 커서 부각된 것이지, 실제 규모는 훨씬 컸다. 2월부터 6월까지 6명 이상의 딥마인드 연구원이 메타, 오픈AI, 앤스로픽으로 흩어졌다. 제미나이 2.5 개발에 참여했던 아서 콘미, AI 안전성 연구팀 인력들, 알파폴드 협업 연구자들이 포함됐다. 딥마인드 창업자 무스타파 술레이만도 2024년 마이크로소프트로 옮기며 딥마인드 출신 24명을 데려갔다.

숫자가 말한다. 딥마인드 엔지니어가 앤스로픽으로 이직하는 비율이 반대 방향의 11배다. 오픈AI와의 이직 흐름도 비슷하다. 이건 개인의 선호 차원이 아니라 조직적 인력 흐름이다.

"예스맨만 남았다"

이 질문에 가장 직접적으로 답한 사람은 샤지어 자신이었다. 내부 증언들도 맥락이 일치한다. 구글이 너무 크고, 너무 느리고, 너무 많은 승인 단계를 거치며, 결국 "윗사람 눈치 보는 예스맨"만 의사결정에 살아남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솔직히 이 비판은 구글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메타도, 조직이 커지면 같은 병을 얻는다. 하지만 AI처럼 속도가 전부인 분야에서는 관료주의가 치명적으로 작동한다. 샤지어가 챗봇 기술을 갖고 나가서 캐릭터.ai를 만들었을 때 이미 시장은 한 번 증명했다. 구글이 "때가 아직 아니다"라고 했던 기술이 산업의 방향을 바꾸는 카드가 됐다.

AI 인재 전쟁—구글 딥마인드의 두뇌 유출

두 번째 이유는 돈이다. 앤스로픽과 오픈AI는 지금 IPO를 앞두고 있다. 앤스로픽 기업가치는 수백조원 단위로 거론된다. 지금 입사해서 지분을 받으면 IPO 시점에 자산이 수배에서 수십 배가 될 수 있다. 구글 시니어 연구원 연봉이 아무리 높아도 이 계산을 이기기 어렵다. 구글 주식은 이미 상장돼 있고, 고성장 여지가 스타트업에 비해 좁다.

세 번째는 연구 환경이다. 딥마인드 내 코딩 피벗 과정에서 연구 우선순위 갈등이 불거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구글은 최근 'AI 코딩 스트라이크팀'을 꾸리고 세르게이 브린이 직접 개입했다. 이 정도면 내부 상황이 외부에 보이는 것보다 급박하다는 신호다.

구글의 현재 성적표

제미나이 3.5 플래시와 3.1 프로는 현재 주요 AI 벤치마크에서 상위 5위 안에 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모델 경쟁력이 실제로 뒤처지고 있다는 뜻이다. 구글이 TPU, 데이터센터, 검색 광고 인프라에서 여전히 막강하다는 건 맞다. 하지만 모델 자체의 품질 싸움에서는 앤스로픽과 오픈AI에 밀리는 그림이 굳어지는 분위기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구글 AI 경쟁력은 여전하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유튜브, 검색, 클라우드가 있고 컴퓨팅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10년 넘게 블로깅하면서 배운 게 하나 있다. 시장이 어떤 기업에 "이 회사는 아직 괜찮다"고 말할 때가 진짜 위험한 시점이다. 2010년대 초반 노키아도 그런 평가를 받았다.

앤스로픽이 실제로 얻은 것

앤스로픽 입장에서 이번 영입은 단순 인력 보강 이상이다. 노벨상 수상자가 합류했다는 사실 자체가 브랜드다. 연구 기관, 학계, 규제 기관과의 협력에서 "알파폴드 개발자가 여기 있다"는 것은 큰 차이를 만든다. 클로드의 기술적 방향성에도 점퍼의 과학적 엄밀성이 어떤 식으로든 녹아들 가능성이 높다.

노벨상 수상자와 AI 연구의 미래

이번 사태에서 가장 주목한 건 샤지어의 재이탈이다. 구글은 그를 붙잡으려고 27억달러를 썼다. 1년도 버티지 못했다. 돈으로 사람을 잡을 수 없다는 교훈을 두 번이나 같은 방식으로 겪었다. 세 번째도 같은 실수를 반복할지가 진짜 질문이다.

구글이 망한다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AI 연구소로서의 딥마인드가 지금 이 시점에 가장 중요한 자산을 계속 잃고 있는 건 팩트다. 이 흐름이 멈추려면 구글이 연봉 패키지가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게 훨씬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