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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ML 2026 서울 폐막—에이전틱 AI 지배하고 AI가 심사 조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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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월 11일) ICML 2026이 서울 COEX에서 6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세계 최고 권위의 머신러닝 학술대회가 처음으로 한국 땅에서 열린 것인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학술적 성과 못지않게 충격적인 사건들이 터졌다. AI가 AI 논문 심사를 속이려 했다는 게 그 중 하나다.

블로그 10년 하면서 학술대회 뉴스를 꽤 많이 다뤄봤는데, 이번 ICML만큼 이야기거리가 많은 해는 처음인 것 같다. 규모도 트렌드도, 심지어 스캔들도.

서울 COEX에서 열린 ICML 2026 학술대회

2만4천 편 제출—숫자가 이미 충격이다

올해 ICML에 제출된 논문은 23,918편이다. 6,352편이 채택됐고, 승인율은 26.6%. 그 중 Oral 발표는 168편으로 전체 제출의 0.7%에 불과하다. Spotlight는 536편(2.2%).

솔직히 2만4천 편이라는 숫자는 좀 비현실적이다. AI 연구가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뜻이기도 하고, 동시에 학계가 이 규모를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ICML 운영진도 이를 인식했는지, 올해 심사 과정에서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꺼냈다.

AI가 AI 논문 심사를 조작했다

이번 학회에서 가장 충격적인 뉴스는 논문 질이나 연구 트렌드가 아니었다. ICML 운영진이 학회 개막 직후 발표한 내용—심사자 398명이 LLM 사용 정책을 위반했고, 이로 인해 497편이 데스크 리젝션됐다는 것.

배경을 설명하자면, ICML 2026은 올해 처음으로 심사자들에게 LLM 사용 정책을 두 트랙으로 나눴다. "LLM 보조 사용 가능" 트랙과 "LLM 사용 금지" 트랙. 그리고 워터마킹 기술로 어느 트랙을 선택한 심사자가 어떤 방식을 썼는지 탐지할 수 있게 했다. 결과적으로 "사용 금지"를 선택한 심사자 중 상당수가 몰래 LLM을 돌리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만4천 편 제출의 이면이다. 심사자가 부족하니 부담이 과도해지고, 그 압박이 부정행위로 이어진다. 논문을 LLM으로 조작하는 건 이미 알려진 문제였지만, 이제는 심사 자체도 LLM이 개입하는 상황이 됐다. 학술 시스템이 AI 도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KAIST VOTP 기술로 학습하는 로봇팔 시뮬레이션

에이전틱 AI의 지배

학술적 트렌드로 보면 올해 ICML의 키워드는 단연 "에이전틱 AI(Agentic AI)"다. 247개 워크숍 제안 중 무려 60개에 "agentic AI"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운영진도 "이 정도 집중도는 ICML 역사에서도 이례적"이라고 했을 정도다.

에이전틱 AI는 목표를 받으면 스스로 단계를 계획하고, 도구를 호출하고, 결과를 보고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AI를 말한다. 지금 우리가 쓰는 AI 에이전트들—코딩 도우미, 리서치 에이전트, 자율 업무 수행 시스템—의 이론적 기반이 여기서 나온다.

올해 채택된 주요 논문들도 이 방향이다. AOrchestra(서브 에이전트 자동 생성 오케스트레이션), AutoWebWorld(유한 상태 머신 기반 웹 환경 합성), InfoPO(사용자 중심 정책 최적화) 등이 Oral로 발표됐다. 에이전트 안전성—특히 다단계 결정 시스템에서의 불확실성 정량화, 구속 정책 최적화—도 핵심 연구 주제로 부상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흐름이 반갑다. "AI가 뭔가 만들어준다"는 단계에서 "AI가 스스로 목표를 추구한다"는 단계로 연구 질문이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전환이 얼마나 빠른지를 올해 ICML의 숫자가 보여준다.

KAIST VOTP—상위 0.7%가 된 한국 논문

서울에서 열린 만큼 한국 연구 성과도 짚어야 한다.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유창동 교수팀이 개발한 VOTP(Video-based Optimal TransPort Preference)가 이번 학회에서 Oral 발표로 선정됐다. 0.7%, 168편 중 하나다.

VOTP가 뭘 하는 기술인지 간단히 설명하면, 로봇이나 자율주행 AI에게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을 가르치는 방식을 혁신한다. 기존에는 사람이 수만 건의 평가 데이터를 만들어야 했다. VOTP는 짧은 선호 영상 약 10개—"이게 잘 된 것, 저게 못 된 것"—만 있으면 AI가 사람의 판단 기준을 학습한다.

기술적 핵심은 최적 수송(Optimal Transport) 이론을 영상 기반 강화학습의 선호도 학습에 접목한 것이다. 비디오 파운데이션 모델의 풍부한 표현 공간에서 시각적 궤적을 정렬하고, 레이블이 없는 대량의 데이터에 대한 고품질 의사 레이블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인간 감독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적용 가능 범위가 넓다. 로봇팔, 휴머노이드,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드론, 수술 로봇에다 컴퓨터를 직접 조작하는 AI 에이전트까지. 피지컬 AI 전반에 걸쳐 쓸 수 있는 원천 기술이다. 이 논문의 1저자는 전기및전자공학부 박사과정 Lou Minh Tung 학생이다.

KAIST는 이 외에도 이번 ICML에 다수의 논문을 올렸다. SAIL(통계 AI 연구실)이 특성 귀속 신뢰성, 텍스트-이미지 다양화, 순차 공형 예측 논문을 각각 채택받았고, 다른 연구실들도 5편 이상 이름을 올렸다. 서울 COEX에서 열린 학회 구석구석에 한국 이름이 꽤 많이 보였을 것 같다.

확산 모델 Outstanding Paper 수상—ICML 2026의 최고 논문들

확산 모델이 최고상을 쓸었다

Outstanding Paper 수상 결과도 흥미롭다. 2편 모두 확산 모델(Diffusion Model) 관련이었다. 한 편은 "확산 언어 모델에서 임의 순서의 유연성 함정"을 다뤘고, 다른 한 편은 확산 모델과 로그-오목 분포의 고정밀 샘플링 알고리즘 혁신에 관한 것이다. Test of Time 수상은 DeepMind의 비동기 강화학습 기반 논문(A3C)이 가져갔다.

확산 모델이 최고상을 둘 다 가져간 건 흥미로운 신호다. AI 연구 트렌드를 놓고 보면, 에이전틱 AI가 응용 쪽 키워드라면, 확산 모델은 기반 기술 쪽 키워드다. 이미지·비디오·오디오 생성뿐 아니라, 이제는 언어 모델과의 융합, 정밀도 높은 샘플링 이론까지 연구의 폭이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이 AI 학술 수도가 된 한 주

ICML이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한국을 택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반도체, 피지컬 AI, 로보틱스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고, 이번 학회에서 KAIST가 oral 선정으로 응답한 것도 상징적이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AI 심사 조작 파문이 학술 신뢰도에 남긴 상처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2만4천 편이 제출되는 규모에서 "사람이 하는 동료 심사"라는 시스템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ICML 2026이 그 질문을 학계 앞에 던진 학회로 기억될 것 같다.

에이전틱 AI가 연구의 중심이 되고, AI가 심사 시스템을 역습하고, 한국 연구팀이 0.7%에 드는 주 하나였다. 내년엔 어디서 열리든, 이 속도라면 제출이 5만 편을 넘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좀 막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