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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컵 2026 인천, 부산대 타이디보이 2연패—피지컬 AI 전쟁에서 한국이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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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컵(RoboCup) 2026이 지난 6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닷새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린 이 대회는 45개국 364팀, 선수 2,879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그리고 홈팀이 챔피언 자리를 지켰다.

부산대학교 로봇팀 '타이디보이(TidyBot)'가 RoboCup@Home 부문에서 지난해에 이어 세계 1위를 다시 차지했다. 2연패다. 그것도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역대 최고 점수로.

이 얘기가 단순한 학술 대회 우승 소식으로 끝나지 않는다. 피지컬 AI라 불리는 분야의 최전선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처음 열린 AI 로봇 월드컵

로보컵은 1997년에 시작된 국제 AI·로봇 대회다. 이름에 '컵'이 붙은 이유가 있다. 창립 목표 자체가 "2050년까지 로봇 축구팀이 FIFA 월드컵 우승팀을 이기는 것"이었다. 황당하게 들리지만, 이게 전 세계 AI 연구자들이 30년째 진지하게 달려가는 목표다. 매년 대회를 통해 기술을 검증하고 갱신한다.

축구만 하는 대회가 아니다. 가정에서 인간을 보조하는 서비스 로봇(@Home), 산업 환경(@Work), 재난 구조(@Rescue), 교육용 리그(Junior)까지 여러 부문이 존재한다. 올해 인천 대회에는 이 전 부문을 합쳐 45개국이 참가했다. 작년 브라질 살바도르 대회보다 규모가 약 1.9배 커졌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만큼 준비에도 공을 들였다. 개최 도시 인천은 로봇 도시 전략을 표방하고 있어 박찬대 인천시장이 직접 개막식을 이끌었다. "사람과 로봇이 함께하는 도시"라는 슬로건 아래 1만 5,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송도를 찾았다고 한다. 현장을 직접 가진 못했지만, 사진으로만 봐도 규모가 꽤 됐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 한국팀 성적이 나쁘면 민망할 수 있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로보컵 2026 인천 현장의 AI 서비스 로봇

아누비스가 주방에 들어간 날

타이디보이가 출전한 RoboCup@Home은 이름 그대로 가정용 서비스 로봇 부문이다. 로봇이 집 안 환경에서 물건을 집고,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요청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능력을 겨룬다. 기술적으로는 3D 물체 인식, 자율 주행, 양팔 조작, 인간-로봇 상호작용이 동시에 요구된다. 실생활에서 쓸 만한 로봇을 만드는 게 진짜 목표다.

올해 타이디보이가 투입한 로봇이 '아누비스(Anubis)'다. 팀이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인데, 이집트 신화의 저울 신 이름을 붙인 게 재미있다. 죽은 자의 심장을 달아 무게를 재는 신. 임무 수행의 정확도를 상징한 것일까.

아누비스는 6개의 임무를 부여받았고 이를 전부 완료하며 역대 최고 점수를 경신했다. 단순히 팔을 뻗어 물건을 집는 수준이 아니라,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해서 움직이는 수준이어야 한다. 물체 탐색, 운반, 분류, 사람과의 자연어 대화, 자율 주행이 한 세션 안에 복합적으로 요구된다.

수상 내역이 이 점을 증명한다. 타이디보이는 종합 우승 외에 '최우수 물체 조작상'과 '최우수 인간-로봇 상호작용상'을 따로 받았다. 두 가지가 동시에 탁월했다는 뜻이다. 로봇의 손이 정교하고, 사람 말도 잘 알아듣는다는 얘기다. 보통 이 둘은 트레이드오프 관계인데, 양쪽을 다 잡았다.

독일·일본·중국을 이긴다는 것

상대가 만만한 팀들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승에서 타이디보이가 상대한 팀 면면을 보면 쉬운 우승이 아니었다는 게 보인다.

독일 본대학의 '님브로(NimbRo)'는 2024년 OPL 리그 우승팀이자 국제 아바타 로봇 대회 'ANA 아바타 엑스프라이즈' 우승팀이다. 로보컵에서 손꼽히는 명문이다. 일본 규슈공대의 '히비키노 무사시(Hibikino-Musashi)'는 2024~2025년 DSPL 리그 연속 우승팀이다. 중국 칭화대의 '팅커(Tinker)'는 휴머노이드 축구 리그 우승팀이다.

AI 로봇 연구에서 독일, 일본, 중국이 강국이라는 건 업계에서 공인된 사실이다. 특히 일본은 혼다 아시모 이후로 오랫동안 서비스 로봇 분야의 강자였고, 독일은 자동화 기술과 AI 연구의 결합에서 꾸준히 성과를 냈다. 그 팀들을 연달아 이긴 것이다.

국제 로봇 대회 경연 장면

덤으로 인천대학교 팀 INU도 Soccer Small League(SML) 부문에서 첫 출전에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홈 어드밴티지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게 아무 팀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다. 실력 없이 분위기만으로 우승하는 대회가 아니다.

로보컵 우승이 실제로 의미하는 것

솔직히 처음에는 나도 "로봇 대회 우승"이라는 타이틀에 크게 끌리지 않았다. 올림픽도 아니고, 상업 제품도 아닌 학술 대회인데 이게 뭔 의미가 있나 싶었다.

그런데 피지컬 AI라는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생각이 바뀐다.

피지컬 AI는 AI가 실제 세계의 물리 공간에서 몸을 움직여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LLM처럼 텍스트를 생성하는 AI가 아니라, 팔로 물건을 집고 발로 걸어다니는 AI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25년부터 가장 강조하는 키워드가 바로 피지컬 AI다. 테슬라 옵티머스, 피규어 AI, 1X 테크놀로지 같은 회사들이 뛰어들면서 투자가 폭발하고 있다. 2026년 상반기 피지컬 AI 관련 글로벌 투자 중 로봇 분야가 47%를 차지했다는 보고도 있다.

RoboCup@Home은 이 피지컬 AI의 핵심 기술을 직접 경쟁하는 장이다. 가정 환경이라는 가장 비정형적이고 복잡한 공간에서 로봇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한다. 공장의 정해진 레일 위에서 작동하는 산업 로봇이 아니라, 사람 집에 들어와서 냉장고를 열고 음료를 꺼내 오는 로봇을 만드는 거다. 타이디보이가 이 부문에서 2년 연속 세계 최고라는 건, 연구 기술력이 검증됐다는 의미다.

2030년까지가 결판이라는 얘기

한국이 제조업 로봇 밀도 세계 1위(근로자 1만 명당 1,012대)라는 통계는 이미 나와 있다. 로봇을 쓰는 나라에서 이제는 로봇을 잘 만드는 나라로 넘어가야 하는 시점이다.

피지컬 AI 분야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2030년까지가 결판"이라는 얘기다. 지금 기술 기반을 쌓지 않으면 테슬라,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가져간다는 논리다. 국내에서도 2025년 K-휴머노이드 연합이 출범했고, 같은 해 피지컬 AI 스타트업 투자가 1,100억 원을 넘겼다. 2026년에는 이 규모가 더 커졌다고 한다.

첨단 로봇 팔의 정밀한 물체 조작

아누비스가 당장 상업 제품이 되기엔 갈 길이 멀다. 연구실 로봇과 가정에서 실제로 쓰이는 로봇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크다. 가격, 안전성, 내구성, 유지보수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건 타이디보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서비스 로봇 개발사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숙제다.

그러나 방향을 잡고 있고, 기술을 쌓고 있다는 증거는 이번 대회에서 나왔다. 독일, 일본, 중국 팀을 동시에 이기는 게 매년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2연패라는 기록은 일회성 운이 아니라 기술력의 누적을 보여준다.

인천 송도에서 열린 로보컵 2026은 그냥 학술 행사가 아니었다. 어느 나라가 다음 10년 로봇 경쟁에서 살아남을 기반을 갖추고 있는지를 보여준 무대였다. 한국은 거기서 2연패를 했다. 이 정도면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