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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5.6 나왔는데 못 쓴다—트럼프가 AI 출시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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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가 6월 26일 GPT-5.6을 공개했다. Sol·Terra·Luna 세 모델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는 벤치마크상 역대 최고 성능이고, 가격 구조는 전작보다 내려갔다. 발표 자료를 보는 순간 "이거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쓸 수가 없다.

정확히는 대부분의 사람이 못 쓴다. 트럼프 행정부가 오픈AI에 단계적 출시를 요청했고, 미국 정부가 승인한 신뢰 파트너 약 20개 기업에만 먼저 접근권을 줬다. 지금 당장 GPT-5.6 Sol에 접근하려면—못 한다. API 키를 발급받아도 최상위 모델은 나오지 않는다.

이게 단순한 출시 일정 문제가 아니다. AI 경쟁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다.

GPT-5.6이 정확히 뭔지부터

GPT-5.6은 단일 모델이 아니다. 세 층위로 나뉜 패밀리 구조다. 태양·지구·달에서 이름을 가져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최상위 '솔(Sol)'은 장기 추론과 복잡한 에이전트 작업용 플래그십이다. API 가격은 입력 1M 토큰에 5달러, 출력 30달러. 코딩·생물학·사이버 보안 세 분야에서 역대 최고 성능을 주장한다. 'Ultra 모드'에서는 서브에이전트를 병렬로 동원해 복잡한 멀티스텝 작업을 처리하고, 새로운 최대 추론 강도 'max'도 생겼다.

중간 층위 '테라(Terra)'는 GPT-5.5와 비슷한 성능을 절반 비용에 제공한다. 입력 2.50달러, 출력 15달러. 일상적인 코딩이나 긴 문서 요약에 적합하고, 가성비로 보면 실질적인 주력 모델이 될 것 같다. 가장 가벼운 '루나(Luna)'는 속도와 저가를 앞세운다. 입력 1달러, 출력 6달러로, 실시간 응답이 필요한 서비스에 최적화됐다.

벤치마크 수치는 인상적이다. TerminalBench 2.1에서 Sol Ultra가 91.9%, Sol 기본이 88.8%를 기록했다. 사이버 보안 벤치마크 ExploitBench에서는 앤트로픽 미토스 5(Mythos 5)와 비슷한 성능을 냈는데, 쓴 토큰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유전체 분석 벤치마크 GenBench에서도 이전 세대보다 정확도가 올라갔다. 단순히 강해진 게 아니라, 비슷한 성능을 훨씬 적은 연산으로 달성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도약이다.

AI 서버 인프라에 Sol, Terra, Luna 세 모델이 레이어로 표현된 미래적 데이터센터, 파란빛과 주황빛 조명

근데 왜 못 쓰나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강력한 AI 모델을 개발한 기업이 신뢰 파트너에게 공개하기 전에 정부에 최대 30일간 자발적으로 모델을 먼저 공유하도록 요청한다. 연방 기관은 이 기간 동안 해당 AI가 금융 시스템, 국가 안보, 핵 시설, 생물 무기 개발에 어떤 위협이 될 수 있는지 평가한다.

오픈AI는 그 요청을 따랐다. 6월 26일 GPT-5.6을 공개했지만, 접근권은 정부가 선정한 20개 신뢰 기업에게만 우선 줬다. 샘 알트먼 CEO가 6월 초 워싱턴을 방문해 국가사이버국과 과학기술정책실과 협의를 거쳤다고 알려져 있다.

오픈AI의 공식 입장은 다소 불편해 보인다. "이번 정부 개입 방식이 장기적으로 기본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을 굳이 덧붙였다. 동의는 했지만 달갑지 않다는 신호다. 자기 제품을 자기 손으로 자유롭게 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니, 그 불편함은 당연하다.

앤트로픽과 비교해보면 성격이 다르다. 미토스 5 수출 통제는 해외 배포를 막은 것이었다. GPT-5.6 솔은 미국 내 접근 자체를 정부가 조율하는 방식이다. 한 단계 더 들어간 거다. 미국 기업들도 20개밖에 못 쓰는 상황이면, 그 명단에 한국 기업이 들어 있을 가능성은 솔직히 낮다.

보안 인증 단계와 AI 인터페이스가 결합된 기업 내부 시스템 화면, 접근 제한 표시가 있는 현대적 UI

왜 Sol이 위험하게 보였냐면

ExploitBench 성능이 핵심이다.

이 벤치마크는 실제 사이버 공격 시나리오를 AI가 얼마나 잘 재현하는지 측정한다. Sol이 미토스와 비슷한 결과를 냈다는 건, 이 모델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실질적인 사이버 공격 도구를 개발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생물학 쪽도 마찬가지다. 유전체 분석과 단백질 합성 영역에서의 고성능은 양날의 검이다. 신약 개발에 쓰일 수 있고, 반대로 쓰일 수도 있다.

정부 입장에서 그냥 넘기기 어려운 수치다. 이 정도는 이해가 된다.

과거에 암호화 소프트웨어가 군수물자로 분류됐던 때가 있었다. 1990년대 초중반 미국 정부가 강력한 암호화 기술의 수출을 제한했다. PGP 개발자 필 짐머만은 수사까지 받았다. 개발자들은 반발했지만, 기술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논리는 끝까지 살아남았다. AI가 지금 그 경로를 밟고 있는 것 같다.

반도체 수출 통제가 하드웨어를 타깃으로 했다면, 이번엔 소프트웨어, 정확히는 모델 자체가 통제 대상이 됐다. 엔비디아 H100을 막고, 그 다음엔 미토스를 막고, 이제는 Sol 접근을 조율한다. 타깃이 점점 더 위로 올라가고 있다.

AI가 전략 자산으로 재분류되고 있다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다.

1년 전까지 경쟁은 단순했다.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빨리 내놓느냐. 지금은 다르다. 모델을 만들었어도, 누가 그 모델을 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됐다. 접근권이 곧 경쟁력이다. 오픈AI가 Sol을 만들었어도, 미국 정부가 배포 속도를 결정한다. 앤트로픽이 Mythos를 만들었어도, 수출 통제가 글로벌 확산을 막는다.

이 구조에서 유리한 건 미국 정부와 밀착한 기업들이다. 알트먼이 워싱턴을 그렇게 자주 다니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규제를 받는 입장에서 규제 설계에 참여하는 입장으로 포지션을 잡고 싶은 거다. 구글도, 앤트로픽도, 결국 정부와의 관계가 모델 배포의 속도와 범위를 결정하게 된다.

한국 입장이 복잡해지는 지점이다. 네이버·카카오·삼성이 GPT-5.6 Sol API에 자유롭게 접근하려면 오픈AI의 신뢰 파트너 명단에 들어가야 한다. 그게 가능한지는 현재 불투명하다. 테라, 루나 수준은 향후 일반 공개가 되면 쓸 수 있겠지만, 최상위 Sol은 다른 문제다.

국내에서 자체 모델을 개발하는 방향이 왜 중요한지를 이번 사태가 또 보여준다. 아무리 오픈AI, 앤트로픽의 모델이 좋아도, 핵심 인프라를 외부에 의존하면 언제든 이런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리벨리온이나 사피온이 국산 AI 반도체를 밀고 있고, 한국 정부가 AI 관련 지원을 확대하는 맥락이 여기서도 이어진다.

미국 정부 청사와 AI 신경망이 결합된 디지털 아트, 드라마틱한 조명과 글로벌 네트워크 표현

앞으로 어떻게 될까

오픈AI는 "몇 주 내 일반 공개를 희망한다"고 했다. 정부 심사가 마무리되면 접근이 풀릴 것이다. 테라와 루나도 순차 개방될 것이다. 그러면 지금 이 이야기는 흐릿해지겠지만, 패턴은 남는다.

AI가 강력해질수록 통제는 강해진다. 이번 한 번으로 끝이 아니다. GPT-6이 나오면, 다음 Mythos가 나오면, 같은 구조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가 한 번 손에 쥔 조율 권한을 자발적으로 내려놓을 이유가 없다.

10년 넘게 테크 분야를 지켜보면서, 기술 패권이 정치 패권과 이렇게 노골적으로 맞물리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반도체 수출 통제, AI 모델 출시 조율, 클라우드 인프라 보안 심사. 점들이 하나씩 연결되고 있다.

GPT-5.6 Sol을 쓰고 싶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이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볼 여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