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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벨리온 기업가치 3조 4천억, 엔비디아 아성 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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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벨리온 NPU 칩 개념도

3조 4천억 원. 이게 뭐 하는 돈이냐면, 한국 역사상 가장 비싼 스타트업 가격표다. 주인공은 '리벨리온(Rebellions)'. 이름부터 반란(Rebellion)인 이 회사가 마침내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이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제는 세계급이긴 한데, 디자인 설계 쪽은 약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리벨리온은 팹리스(Fabless), 즉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2020년 9월에 창업해서 6년 만에 기업가치 3조 4천억 원을 찍었다. 창업자는 MIT 박사 출신의 박성현 대표, 스페이스X와 모건스탠리를 거친 엘리트다.

여기까지 들으면 '그래서 또 또래 떼기 스타트업인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엔 진짜다. 정부가 'K-NVIDIA'라는 타이틀까지 붙여주며 6,400억 원을 쏟아부었다. 사우디 아람코의 벤처캐피탈인 웨드벤처스(Waed Ventures)에서도 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한국 스타트업 중 최초다.

리벨리온이 노리는 건 AI '추론(Inference)' 칩이다. 엔비디아가 학습(Training)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추론 시장은 아직 넓은 블루오션이라는 논리다. 학습이 AI 모델을 가르치는 과정이라면, 추론은 가르친 모델을 실제로 돌려서 결과를 내는 과정이다. 박성현 대표는 "추론 시장만으로도 DRAM·CPU·낸드플래시 시장을 모두 합친 규모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 규모가 2030년에 4,750억 달러(약 65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리벨리온 Rebellquad NPU 칩

리벨리온의 2세대 NPU인 '리벨쿼드(Rebellquad)'는 엔비디아 대비 총소유비용(TCO)을 30%나 절감한다고 주장한다. SRAM 기반 기술을 써서 추론 속도를 높인 게 핵심이다. 사피온(Sapion)과의 합병으로 대규모 연산 최적화 역량도 확보했다. 이제 SK텔레콤·SK하이닉스·SK스퀘어가 투자자로 들어와 있고, 미국 메타(Meta)와의 PoC(개념 증명)도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은 압도적이다. GPU는 그렇다 쳐도, 최근에는 추론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그루(Groq)와 세레브라스(Cerebras) 같은 경쟁자들도 존재한다. 리벨리온의 매출은 2025년에 35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엔비디아의 연간 매출이 수십조 원 규모인 걸 감안하면, 여전히 애벌레 단계다.

그렇다고 리벨리온을 깎아내릴 수는 없다. 한국 반도체 생태계가 드디어 '설계'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신호니까. 과거에 퓨처시스템(지금의 키스매틱스)이 FPGA 설계로 세계 1위를 찍었던 적이 있다. 리벨리온도 그 전통을 잇는다. 더구나 이번엔 AI라는 시대적 트렌드를 탔다.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와 엔비디아 젠슨 황

내 개인적으로는 리벨리온의 승부수가 꽤 마음에 든다. 한국이 반도체에서 무조건 삼성·SK하이닉스만 바라볼 게 아니라, 작고 강한 전문 기업들이 늘어나야 생태계가 건강해진다. 리벨리온 하나가 엔비디아를 꺾지 못해도, 이런 도전들이 계속되야 시장이 경쟁적으로 돌아간다. 독점은 결국 소비자에게도, 산업 전체에도 좋지 않으니까.

물론 위험 요인도 있다. 엔비디아가 추론 칩 시장에서도 독점 체제를 구축하면, 리벨리온의 설 땅은 좁아진다. AI 반도체 기술 변화 속도도 만만치 않다. 지금의 기술 우위가 2-3년 뒤에도 유효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금 조달과 IPO 타이밍도 중요하다. 3조 4천억 원이라는 기업가치는 높은 가격이지만, 그만큼 성장 압박도 크다.

하지만 리벨리온의 도전 자체는 의미 있다. K-NVIDIA라는 수식어는 과장이어도 좋다. 엔비디아의 독점 체제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는, 한국 AI 반도체 산업의 자존심 걸고 일이다. 성공하면 한국이 글로벌 AI 반도체 지도에서 새로운 축을 갖게 된다. 실패하더라도 남겨질 기술과 인력은 다음 도전자들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리벨리온의 승패는 아지팟 알 수 없다.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이 워낙 강해서다. 하지만 리벨리온이 한국 AI 반도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건 확실하다. 3조 4천억 원의 가격표는 단순히 한 회사의 가치가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격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