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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회의론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흔들, 반도체 버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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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검은 금요일이었다. 코스피가 하루 만에 5.54% 꺾이더니, 삼성전자 -6.40%, SK하이닉스 -9.92%란 충격적인 수치가 남기었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하루에 10% 가까이 폭락하면서 한국 반도체주도 덩달아 출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엔 뭔가 다르다. 그냥 테마주 한 번 흔들리고 마는 게 아니라, AI 회의론이 진지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10년 동안 IT 기업을 취재하면서 이런 패턴은 수도 없이 봐왔다. 2000년 닷컴 버블 때도, 2018년 블록체인 광풍 때도, 항상 "이번엔 다르다"는 말이 있었고, 그 다름이 결국 "이번도 그냥 버블이었다"는 결론으로 귀결되곤 했다. 그런데 이번 AI 반도체 사이클은 확실히 다르다면 다르다. 물리적인 실물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SK, 시총 역전의 기로
문제는 속도다. 삼성전자는 지난 1년간 주가가 490%나 치솟았고, SK하이닉스는 무려 1,030% 폭등했다. 이게 정상인가? 분명 뭔가 비정상적이다는 걸 시장도 알고 있다. 그래서 6월 20일 이전까지만 해도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매수 자제"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웃긴 건, 젠슨 황(엔비디아 CEO)이 방한해서 "삼성·SK·마이크론 모두 HBM4 양산 중"이라고 긍정적으로 언급해도 주가는 계속 출렁거리고 있다는 거다. 시장은 이미 "좋은 소리는 다 들었다"는 상태인 듯하다. 이제 실질적인 실적이 나와야 하는데, 그 실적이 아직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총 역전 가능성이 이야기되는 건 꽤 상징적이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선점하고 있는 동안, 삼성전자는 2월부터야 겨우 HBM4 양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시장은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아직도 믿고 있는 걸까, 아니면 SK하이닉스의 선점이 과대평가되고 있는 걸까?

AI 회의론의 실체
AI 회의론이 왜 대두되고 있는 건지, 차근차근 뜯어보면 몇 가지 핵심이 있다. 첫째, AI 투자의 수익성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 빅테크들이 AI 인프라에 수십 조 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그게 실제 매출로 이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미래를 위한 선제 투자에 불과한지 아직 모른다는 거다.
둘째, HBM 수요와 공급의 괴리다. 시장은 "HBM이 모자랄 것이다"라면서 삼성과 SK하이닉스 주가를 계속 밀어올렸다. 그런데 실제로는 마이크론의 2026년 HBM 공급 계획을 보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OpenAI가 36GW 인프라를 계획하며 연간 100억 기가비트의 HBM을 필요로 한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그게 과연 현실적인지 의문이다.
셋째, 미국 금리 인상 우려다. AI 테마주가 상승하던 배경에는 저금리 환경이 있었다. 그런데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 시그널을 보내자마자, 투자자들은 "아, 이거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겠는데"라는 생각에 겁을 먹은 것이다.
그럼 버블인가, 아닌가
솔직히 이건 떼려야 뗄 수 없다. AI가 기술 혁명인 건 확실하다. 그런데 주가가 그 혁명을 너무 앞서가고 있다는 게 문제다. 내가 보기에 현재 AI 반도체주는 "기술 혁명 + 과도한 기대"가 섞인 상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교해보자.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2026년 HBM 시장 점유율을 29%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반면 삼성전자는 GTC 2026에서 HBM4E를 최초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지만, 실제 양산 속도에서는 SK하이닉스에 뒤처지고 있다. 그런데 왜 삼성전자 주가는 여전히 높게 평가될까?
그건 시장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역량까지 함께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에 특화되어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 파운드리 + 시스템 반도체를 모두 갖춘 종합반도체 기업이다. 그래서 AI 시대가 도래하면 삼성전자가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거다.
투자자들은 지금 뭘 해야 할까
내 생각에 투자자들은 지금 너무 감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AI 회의론이 대두된다고 해서 당황해서 매도할 필요가 없고, 반대로 "좋은 기회다"라고 생각해서 섣불리 매수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팩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제 HBM 매출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로 매출로 이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HBM 수급 밸런스가 언제쯤 맞을지 이걸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그저 뉴스 헤드라인에만 반응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6월 한 달 동안 반도체주가 요동치는 걸 보면서, 나는 다시 한번 확실했다. 시장은 항상 두 가지 감정 사이를 오간다. 그리음(greed)과 공포(fear). 그리고 지금은 공포가 그리음을 밀어내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 공포가 합리적인 건지, 아니면 그저 일시적인 패닉인지는 시간만이 증명할 것이다.
하나만 확실하다. AI 반도체 버블이 터지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무너지는 건 아니다. 그저 기술 혁명을 향한 기대가 조금 더 현실적으로 조정될 뿐이다. 그리고 그 조정 과정에서 진짜 실력을 가진 기업은 다시 살아남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그 살아남을 기업 목록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확실히 포함되어 있다. 다만 지금의 주가가 그 미래를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 그건 투자자 각자가 판단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