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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점유율 46% 붕괴, 한국선 클로드가 제미나이 추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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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일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챗GPT가 AI 챗봇 시장에서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 건 2026년 3월이 처음이었다. 2023년 말 GPT-4가 세상을 흔들었을 때 이 서비스의 점유율은 80%를 넘나들었다. 그로부터 2년 반이 채 안 된 시점에 46.4%까지 떨어졌다는 건,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준다.
시밀러웹 기준 웹 방문 점유율은 아직 54.7%로 1위다. 그런데 '실제 이용자(True Audience)' 기준 — 같은 기기에서 중복 접속을 제거한 순수 사용자 수 — 으로는 사정이 다르다. 5월 말 기준 46.4%다. 챗GPT가 여전히 1위인 건 맞다. 다만 독주는 끝났다.

추격자들의 프로필
숫자부터 확인하자. 구글 제미나이가 27.7%(2위), 앤트로픽 클로드가 10.3%(3위)다. 그록, 퍼플렉시티, 딥시크, 메타 AI는 각각 5% 미만. 전형적인 '1강 추격 구도'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결이 다르다.
제미나이는 구글 생태계의 수혜를 받고 있다. 지메일, 구글 독스, 구글 서치에 제미나이가 붙으면서 AI를 굳이 '쓰러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쓰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6개월 새 웹 트래픽이 104% 성장한 배경이다. 어떻게 보면 제미나이는 제품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플랫폼 전쟁을 하는 거다.
클로드는 결이 다르다. 구글 같은 생태계 편입 없이 순수하게 제품력으로 성장했다. 한 분기 만에 트래픽이 306% 폭증했는데, 광고나 대형 제휴 없이 이 숫자를 만든 건 흔치 않다. 유료 전환율이 13%로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전체 이용자 중 돈을 기꺼이 내는 사람 비율이 그 정도라면, 단순한 호기심 이용이 아니라 업무 도구로 자리잡았다는 뜻이다.
챗GPT 점유율 하락이 쇠퇴의 신호라기보다는 AI 어시스턴트 시장 자체가 '단일 강자' 구도에서 '다극 경쟁' 구도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한국에서 클로드가 제미나이를 꺾은 이유
국내 AI 앱 시장에서 클로드가 제미나이를 추월한 건 지난 3월 23일이었다. 그 이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앱 스토어 기준 iOS 매출 2위, 성장률 1위다.

이유를 곱씹어보면 납득이 된다.
한국 클로드 이용자의 58.8%가 웹사이트만 이용한다. 이 비율이 챗GPT(22.0%)나 제미나이(34.9%)보다 훨씬 높다. 반면 앱만 쓰는 비율은 26.8%에 그친다. 챗GPT의 앱 전용 이용자가 56.1%인 것과 대조적이다.
뭘 의미하냐면, 클로드를 쓰는 사람들은 PC 앞에 앉아 긴 작업을 처리하는 층이라는 거다. 코딩, 긴 문서 작성, 복잡한 분석 — 스마트폰으로 하기 애매한 일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돈도 잘 낸다. 5월 5일 하루 매출만 약 10만4000달러를 기록했을 때, 센서타워는 이를 "신규 유입보다 기존 이용자의 유료 전환 및 상위 요금제 업그레이드"로 분석했다.
개인적으로 이게 꽤 놀라운 부분이다. 클로드 매출 기준 한국이 미국(41.1%)에 이어 세계 2위(4.7%)다. 인구 대비로 따지면 이례적인 수치다. 블로그를 10년 넘게 하면서 한국 시장이 글로벌 AI 트렌드에 이렇게 빠르게 반응하는 걸 봤지만, 클로드가 이 속도로 파고들 줄은 솔직히 예상 못 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부터 DX 전 직원에게 챗GPT·제미나이·클로드 3종을 공식 업무망에서 쓸 수 있도록 개방했다는 뉴스도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업 시장에서도 클로드가 선택지에 들어오면서 유료 사용자 기반이 탄탄해지는 흐름이다.
GPT-5.6, 반격의 신호탄이 될까
오픈AI는 가만있지 않는다. 6월 23일 전후로 GPT-5.6 출시가 유력하다. 예측 시장 폴리마켓에서 6월 22~28일 출시 확률이 83%까지 올라갔고, 6월 17일(한국 시간) 챗GPT 웹 인터페이스에서 GPT-5.6 라우팅 식별자가 이미 발견됐다는 보고도 나왔다.

오픈AI 수석과학자 야쿠프 파호츠키는 내부 직원 메시지에서 이 모델을 "GPT-5.5 대비 의미 있는 도약"으로 표현했다. 구체적으로는 최대 150만 토큰 컨텍스트 윈도우, 에이전틱 코딩 강화, 클로드 페이블5를 직접 겨냥한 성능 개선이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가격 전략도 주목받는다. 유출된 정보에 따르면 GPT-5.6 API 가격이 기존 GPT-5.5의 약 1/3 수준까지 내려올 수 있다. 오픈AI가 IPO를 준비하는 시점에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가격 카드를 꺼내는 건 합리적인 선택이다. 앤트로픽과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동시에 개발자 생태계를 붙잡아 두겠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GPT-5.6 하나로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힐 것 같지는 않다. 클로드와 제미나이가 이렇게까지 성장한 건 단순히 챗GPT가 업데이트를 못 해서가 아니었으니까. 이용자들이 복수의 AI를 상황에 맞게 골라 쓰는 패턴 자체가 굳어지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한 진단이다. 코딩은 클로드, 검색 연동은 제미나이, 이미지는 GPT — 이런 식으로 쪼개지면 챗GPT가 아무리 좋아져도 점유율을 80%대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1조 달러 IPO와 46% 점유율 사이
오픈AI는 현재 기업가치 1조 달러(약 1350조 원) 규모의 IPO를 준비하고 있다. 이 시점에 시장점유율이 46%라는 숫자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복잡하다.
긍정적으로 보면, AI 앱 시장 자체가 폭발적으로 커지는 중이다. 2026년 상반기 AI 앱 다운로드 수는 전 세계 약 23억 건, 소비자 지출은 42억 달러(약 6조 원)로 전년 동기 18억 달러 대비 두 배 이상이다. 파이가 이렇게 커지면 점유율이 줄어도 절대 매출은 늘어날 수 있다.
부정적으로 보면, '독주 프리미엄'이 흔들리는 건 밸류에이션 스토리에 좋지 않다. 챗GPT가 시장의 80%를 장악한 플랫폼이라는 서사와, 46%를 가진 3자 경쟁 시장의 1위라는 서사는 투자자 눈에 다르게 보인다. GPT-5.6은 성능 경쟁의 다음 라운드를 여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여전히 기술 우위에 있다"는 IPO 내러티브를 지키는 작업이기도 하다.
AI 챗봇 전쟁은 이제 막 2라운드에 들어섰다. 독주 시대가 끝났다고 해서 승자가 결정된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