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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의 월 3조 임대 장사, 구글과 앤트로픽이 세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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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가 구글에서 매달 약 1조 3,800억원을 받는다. 앤트로픽한테서는 1조 8,750억원 가까이 받는다. 합치면 월 3조원이 훌쩍 넘고, 연간으로 치면 40조원 규모다. 임대하는 건 아파트도 오피스텔도 아니고 엔비디아 GPU다.
우주 로켓 회사가 세계 최대 AI 컴퓨팅 건물주가 됐다는 말인데, 솔직히 1년 전만 해도 이런 그림이 그려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어떻게 GPU 건물주가 됐나
출발점은 xAI 합병이다. 일론 머스크는 2026년 2월 자신의 AI 스타트업 xAI를 스페이스X에 합쳤다. 합병 기업의 가치는 1조 2,500억 달러(약 1,812조원). 이 과정에서 xAI가 테네시주 멤피스에 구축한 데이터센터 '콜로서스(Colossus)'가 스페이스X의 자산으로 넘어왔다.
콜로서스는 보통 데이터센터가 아니다. 엔비디아 GPU 22만 개 이상, 전력 소비 300메가와트. 미국 중소 도시 하나에 공급되는 전기를 AI 서버 하나가 먹어치우는 규모다. 머스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상에서는 AI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우주 데이터센터가 답"이라며 스타십을 활용한 위성 데이터센터 계획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앤트로픽이 먼저였다
두 건의 임대 계약 중 앞선 것은 앤트로픽이었다. 2026년 5월, 앤트로픽은 콜로서스의 연산 용량 전체를 빌리는 계약을 체결했다. 월 지급액 12억 5,000만 달러(약 1조 8,750억원), 계약 기간 2029년 5월까지. 계약이 끝날 때까지 유지되면 총액은 450억 달러(약 65조원)를 훌쩍 넘는다.
흥미로운 건 배경이다. 머스크와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공개적으로 불편한 관계였다. 그런데 머스크가 4월 말 앤트로픽 팀을 직접 만나고 나서 태도가 바뀌었다고 한다. "악의적인 신호가 없었다"는 게 머스크의 말이다. 경쟁자에게 자기 GPU를 기꺼이 빌려줄 만큼 돈의 논리가 이념을 이겼다는 뜻이다.
앤트로픽 입장에서도 이 계약은 절실했을 것이다. 클로드를 계속 키우려면 대규모 GPU가 필요한데, 콜로서스 같은 규모의 컴퓨팅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임대 외에 없었다.

그 다음은 구글이었다
앤트로픽 계약 한 달 뒤, 구글이 들어왔다. 6월 5일 스페이스X는 공시를 통해 구글과의 계약을 공개했다. 2026년 10월부터 2029년 6월까지, 구글이 매달 9억 2,000만 달러(약 1조 3,800억원)를 내고 엔비디아 GPU 11만 개를 포함한 연산 자원에 접근하는 계약이다. 총액 약 300억 달러(47조원).
구글이 이 계약을 맺은 건 단순히 GPU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엔비디아 GPU는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품귀 자원이다. GPU 11만 개를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는 공급처가 몇 군데나 되겠나. 스페이스X가 그 희소성을 무기로 삼은 것이다.
계약에는 보호 장치도 있다. 9월 30일까지 GPU를 공급하지 못하면 구글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2026년 말 이후로는 90일 전 통보만 하면 언제든 나갈 수 있다. 구글은 빠져나갈 문을 열어두고 계약했다. 스페이스X도 조건을 받아들였다는 건, GPU 공급에 자신 있다는 뜻이다.
IPO에 딱 맞춘 타이밍
이 계약들이 잇따라 나온 시점이 절묘하다. 스페이스X는 6월 12일 나스닥(티커: SPCX)에 상장하며 857억 달러를 조달했다. 구글 계약 공개(6월 5일)는 상장 7일 전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숫자들이 얼마나 달콤하게 보였겠냐. 로켓 회사인 줄 알았더니 매달 3조원 넘는 AI 임대 수입이 들어오는 회사였다. IPO 전에 대형 계약을 연달아 공개하며 기업가치를 부각시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어떻게 보면 치밀하고, 어떻게 보면 머스크가 원체 큰 판을 보고 움직였던 거기도 하다.
현재 스페이스X는 2기가와트 이상의 AI 연산 용량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최대 GPU 임대 사업자로 사실상 하룻밤 사이에 올라섰다.

AI 인프라 전쟁의 새 공식
이 판에서 뭔가 근본적인 게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AI 역량 경쟁이 이제 모델 품질만으로 결판나는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GPU를 확보했느냐의 싸움이 됐다는 것. 구글과 앤트로픽처럼 자금과 기술력이 풍부한 회사들도 스페이스X에 임대료를 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GPU를 누가 쥐고 있느냐가 AI 시대의 핵심 권력이 됐다. 엔비디아가 GPU를 만들고, 스페이스X가 GPU를 모아 임대하고, 구글과 앤트로픽이 GPU를 빌려 AI를 개발하는 구조다. 이 먹이사슬에서 꼭대기는 엔비디아지만 그 바로 아래에 스페이스X가 자리를 잡았다.
머스크가 내다본 우주 데이터센터까지 현실이 된다면 이 구조는 더 강화될 것이다. 지상의 전력과 부지 한계를 우주로 회피해버리겠다는 발상인데, 황당하다고 웃기에는 콜로서스가 실제로 돌아가고 있고 구글이 실제로 돈을 내고 있다는 게 문제다.
10년 넘게 블로그 하면서 기술 판이 뒤집히는 걸 몇 번 봤는데, 이번 'AI 건물주' 모델은 생각보다 오래갈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GPU 공급이 풀리지 않는 한, 콜로서스를 가진 스페이스X는 매달 임대료를 꼬박꼬박 걷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