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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쿡의 마지막 키노트, WWDC 2026 — 구글 제미나이 품은 시리와 iOS 27의 진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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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팀 쿡이 스티브 잡스 시어터 무대에 올랐다. 2011년 잡스에게서 CEO 자리를 물려받은 이후 매년 섰던 그 무대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이게 마지막이다. 팀 쿡은 올해 9월 1일부로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SVP 존 터너스(John Ternus)에게 바통을 넘긴다. 15년 임기의 마지막 키노트에서 쿡이 꺼낸 카드는 AI였다.

WWDC 2026은 "All Systems Glow"라는 테마로 개막했다. 은근하지만 노골적인 선언이다. 올해가 애플의 AI 원년이라는 것.

WWDC 2026 팀쿡 마지막 키노트 무대

시리, 15년 만에 밑바닥부터 다시 짠다

솔직히 말하면 5월에 쓴 예고 글에서 "기대치를 낮추자"고 했는데, 오늘 발표를 보면 그 판단이 틀렸을 수도 있겠다 싶다. 애플은 시리를 정말로 갈아엎었다.

핵심은 구글 제미나이(Gemini)다. 애플은 구글의 1.2조 파라미터 커스텀 Gemini 모델을 라이센싱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금액이 어마어마한데, 연간 약 10억 달러(약 1조 4,000억원), 5년 계약으로 총 50억 달러(약 7조원) 규모다. 시리에 '구글이 들어간다'는 게 아니라, 애플이 구글의 AI를 사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구조다. 계약 조건에는 구글이 애플 사용자의 쿼리를 Gemini 학습에 쓰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프라이버시라는 간판은 유지하면서 성능을 가져오겠다는 계산이다.

새 시리는 독립 앱으로 분리된다. 화면 아래에서 불쑥 올라오던 반투명 구슬이 사라지고, ChatGPT처럼 대화 기록을 보면서 새 세션을 열 수 있는 챗봇 인터페이스로 바뀐다. 더 중요한 건 개인 맥락 접근이다. 이메일, 사진, 파일, 캘린더, 연락처를 시리가 실제로 읽는다. 지금까지는 "리마인더에 추가해줘" 정도였다면, 이제는 "저번 주에 박 팀장이 보낸 계약서 찾아줘"가 된다는 얘기다.

iOS 27: 폴더블을 위한 준비

iOS 27 시리 AI 인터페이스와 제미나이 통합

iOS 27에서 눈에 띄는 건 폴더블 지원이다. 'iPhone Ultra'로 불리는 폴더블 아이폰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런데 iOS 27에는 이미 폴더블 친화적인 멀티태스킹 UI, 분할 화면 레이아웃, 접힌 화면에서 펼쳐지는 적응형 인터페이스가 담겼다. 소프트웨어를 먼저 깔고 하드웨어를 내놓는 수순이다. 아마 하반기 어딘가에 폴더블 아이폰이 나올 거라고 봐도 무방하다.

카메라 앱에는 생성형 AI 도구 세 개가 추가됐다. Extend는 사진 테두리 바깥을 AI로 채우는 기능(다른 회사들이 부르는 "생성형 채우기"), Enhance는 조명과 색감을 원터치로 정리하는 자동 보정, Reframe은 입체 사진의 카메라 각도를 사후에 조정하는 기능이다. 전부 온디바이스 처리라는 게 애플 입장에서는 강조 포인트다. A17 Pro 이상 칩이 있어야 한다.

iPhone 11 시리즈와 2세대 SE는 iOS 27을 못 올린다. AI 기능 풀패키지는 A17 Pro와 8GB RAM 이상 기기에서만 된다. 아이폰 15 Pro부터 해당한다.

팀쿡 이후를 생각해보면

존 터너스는 애플 실리콘 전환을 이끈 인물이다. M1부터 M4까지, 아이폰의 A-시리즈 칩 설계를 총괄했다.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CEO가 된다는 건 애플이 다시 제품 중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신호처럼 읽힌다. 쿡 시대가 서비스와 공급망 최적화의 시대였다면, 터너스 시대는 다시 기기 자체에 방점이 찍힐 수도 있다.

물론 그게 꼭 좋은 뜻은 아니다. 애플의 최근 AI 행보는 솔직히 느렸다. ChatGPT가 나온 게 2022년 말이고, 4년이 지나서야 "시리를 밑바닥부터 다시 짠다"는 얘기가 나왔다. 경쟁사들이 에이전트를 실제 업무에 붙이고 있는 시점에 애플은 챗봇 인터페이스 시리를 발표했다. 시작점이 늦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폴더블 아이폰 iOS 27 소프트웨어 지원

"늦었지만 제대로" vs "제대로이긴 한가"

구글과의 계약 구조는 영리하다. 자체 모델을 만드는 데 수년이 걸리는 것을 사서 시간을 사는 방식이다. 그 비용이 7조원인데, 애플의 현금 보유량과 연간 서비스 매출을 감안하면 크지 않다. 시리가 실제로 쓸 만해진다면 그만한 값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진짜 궁금한 건 다른 지점이다. 구글 제미나이로 시리가 좋아진다면, 그건 애플 AI의 경쟁력인가 구글 AI의 경쟁력인가. iOS 27에서 사용자가 시리 대신 직접 제미나이 앱이나 클로드 앱을 기본 AI로 설정할 수 있다는 것도 발표됐다. 애플이 AI 플랫폼이 되느냐, AI 라우터가 되느냐 — 그 경계선이 흐릿하다.

그래도 아이폰을 쓰는 16억 명에게 오늘 발표는 의미 있다. 시리가 정말 달라진다면, 그리고 iOS 27의 온디바이스 AI가 실제로 빠르게 작동한다면, 안드로이드 진영이 점령한 AI 어시스턴트 경쟁에서 애플이 다시 끼어들 여지가 생긴다.

팀 쿡은 9월에 무대를 내려간다. 그가 15년 동안 만든 애플을 터너스가 어디로 데려갈지, 그 첫 장이 오늘 WWDC 2026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