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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6월 5일 방한, 깐부회동 시즌2 — 이번 의제는 피지컬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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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젠슨 황은 대만 타이베이에 있다.

GTC 타이베이 2026 기조연설 무대에서 베라 루빈(Vera Rubin) 플랫폼을 발표하고, 전 세계 반도체·AI 업계 관계자들 앞에서 엔비디아의 다음 그림을 펼쳐 보이는 중이다. 그리고 그 일정이 끝나는 6월 4일, 그의 다음 행선지는 한국이다.

GTC 타이베이 2026 기조연설, 베라 루빈 플랫폼 발표

1차 깐부회동을 기억하는가

지금으로부터 7개월 전인 2025년 10월 말, 젠슨 황이 경주 APEC CEO 서밋 참석차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당시 행사장 연설보다 더 화제가 됐던 건 그 전날 밤의 사건이었다. 서울 강남에 있는 프랜차이즈 치킨집 '깐부치킨'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치킨과 맥주를 앞에 놓고 마주 앉은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사진이 퍼지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그 자리에 있는 세 사람의 합산 자산이 수십조 원에 달하는데, 동네 치킨집 테이블에 앉아 뼈를 발라먹고 있었다. '깐부치킨'이라는 상호명 덕에 "깐부 선언"이라는 표현까지 생겼고, 다음 날 해당 브랜드 모든 매장에 손님이 몰렸다. 임시 휴업하는 지점도 나왔다.

젠슨 황은 APEC 연설 오프닝에서 직접 깐부치킨을 언급했다. 어쩌면 그게 더 영리한 퍼포먼스였을 수도 있다.


이번엔 멤버가 다르다

6월 5일 예정된 회동의 참석자 명단을 보면, 작년과 꽤 다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주요 회동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해외 일정으로 이번엔 자리를 비울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얼핏 보면 삼성 빠졌다는 게 눈에 띄는데, 실은 다른 구성원에 주목해야 한다. 구광모 LG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1차 회동에 없던 인물이다. 특히 구광모-젠슨 황 조합은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이 둘이 마주 앉는 자리의 핵심 의제로 '피지컬 AI'를 꼽고 있다.


의제가 바뀌었다

1차 깐부회동의 중심에는 HBM과 차세대 AI 가속기 공급 협력이 있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HBM 공급 계약, 현대차 입장에서는 자율주행·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협력이 주된 관심사였을 것이다.

이번엔 결이 다르다. 젠슨 황이 GTC 타이베이에서 선보인 베라 루빈 플랫폼은 7개의 전용칩과 5개의 랙 시스템으로 구성된 초대형 AI 인프라다. 이걸 보면 알겠지만, 엔비디아는 이제 GPU 한 장을 팔겠다는 게 아니라 데이터센터 전체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사업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 맥락에서 '피지컬 AI'가 등장한다. 로봇, 자율주행, 공장 자동화에 AI를 심는 것. LG는 가전과 로봇 사업을 동시에 키우고 있고, 엔비디아는 아이작(Isaac) 로봇 플랫폼으로 그 분야를 잡으려 한다.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 떨어지는 지점이다.

한국 주요 기업 총수들과의 AI 협력 회동

네이버의 경우는 조금 다른 각도다. 이해진 의장이 나온다는 건, AI 서비스 인프라 쪽 협력 가능성을 시사한다. 네이버는 자체 AI 모델 '하이퍼클로바'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갖고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네이버는 아시아에서 자국어 AI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는 몇 안 되는 기업이다. 협력 구도가 생길 여지가 분명히 있다.


HBM 전쟁은 계속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최태원 회장과 젠슨 황이 GTC 타이베이에서 먼저 만났다. AI 메모리 동맹을 재확인한 자리였다고 전해진다.

HBM4 시장 점유율 전망을 보면 SK하이닉스가 5455%, 삼성전자가 2829%, 마이크론이 17~18% 수준이다. 엔비디아 물량의 70% 정도는 여전히 SK하이닉스 몫이다. 근데 삼성이 최근 HBM4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HBM4E 샘플까지 먼저 출하했다. 동작 속도 16Gbps, 용량 48GB. HBM4 표준보다 두 배 빠른 수치다.

삼성이 이 기술적 선점을 실제 점유율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이번 방한에서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베라 루빈 플랫폼의 GPU 한 장에 HBM4가 288GB 들어가는데, 어느 회사 메모리를 얼마나 담느냐는 결국 협상 테이블에서 결정되는 문제다.


7개월 만에 다시 찾는다는 것

젠슨 황이 반년 조금 넘는 간격으로 한국을 다시 찾는다는 게 솔직히 예사롭지 않다. 실리콘밸리 CEO가 이 정도 주기로 특정 국가를 찾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직항 14시간 넘는 거리를 굳이 일정에 집어넣는다는 건, 한국이 그만큼 실질적으로 중요한 파트너라는 뜻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GPU에 들어가는 HBM의 80% 이상을 공급한다. 차세대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이 한국산이다. 이 구도는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다. 거기에 피지컬 AI 협력까지 더해지면, 한국이 단순히 부품 공급망에 머무는 게 아니라 AI 생태계의 실질적인 파트너로 자리 잡는 그림이다.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차세대 AI 협력의 핵심 의제

물론 이게 전부 장밋빛인 건 아니다. 젠슨 황은 어디를 가든 전략적으로 움직인다. 한국 재계 총수들과 찍히는 사진은 엔비디아의 글로벌 파트너십 이미지를 강화하고, 동시에 미국 정부를 향한 신호도 된다. 이 사람이 방문할 때마다 AI 관련 한국 주식이 급등한다는 것도 안다. 그걸 모를 리 없다.

그래도 깐부회동이 단순한 퍼포먼스였다면 시즌2를 만들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7개월 새에 의제가 '칩'에서 '피지컬 AI'로 이동했다는 것 자체가 이 관계가 실질적으로 깊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6월 5일 이후 어떤 발표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