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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몬스터 입고 나온 삼성 AI 안경, 메타 레이밴보다 뭐가 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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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메타 레이밴을 처음 봤을 때 반신반의했다. 안경에 카메라 달고 AI 연결한다고? 실제로 써본 지인 얘기 들어보니 "생각보다 쓸 만하다"는 반응이 절반, "과하다"는 반응이 절반이었다. 근데 이번 런던 갤럭시 언팩에서 삼성이 직접 AI 안경을 꺼내들었다. 젠틀몬스터랑 협업해서.

이름은 갤럭시 글래스. 올가을 출시 예정이고, 가격은 아직 확정 발표가 없다.

디스플레이 없다—오히려 그게 포인트

스마트 안경 하면 구글 글래스의 실패가 먼저 떠오른다. 2013년에 나왔다가 "너무 이상하게 생겼다"고 욕먹고 사라진 그 제품. 당시 문제는 두 가지였다. 렌즈에 HUD처럼 정보가 뜨는 방식이 착용자 눈을 계속 한쪽으로 끌어당겼고, 디자인이 SF 영화 소품처럼 생겼다.

삼성은 이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갤럭시 글래스는 렌즈에 디스플레이가 없다. 정보를 눈앞에 띄우지 않는다. 대신 스피커, 마이크, 12MP 카메라를 프레임 안에 집어넣고 모든 결과는 음성으로 출력된다. 귀로 듣는 AI다.

처음엔 이게 약점처럼 보였다. 근데 일상에서 안경을 쓰는 상황을 떠올리면, 렌즈에 텍스트 뜨는 걸 참아가면서 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하철에서, 회의 중에, 밥 먹으면서. 그냥 소곤소곤 말 걸면 되는 제품이 실용적이다.

삼성 갤럭시 글래스 디자인 공개—젠틀몬스터·워비파커 협업

칩은 퀄컴, AI는 제미나이

안에 뭐가 들어갔는지 보면, 프로세서는 퀄컴 스냅드래곤 AR1 Gen1이다. 항상 켜져 있는 웨어러블 전용으로 만든 칩인데, 스마트폰용 칩보다 전력 소비가 훨씬 적다. 배터리는 자체적으로 9시간이고 케이스가 7번 추가 충전을 지원한다. 케이스까지 합치면 실사용 기준 이틀은 버틴다.

AI 기능은 구글 제미나이가 맡는다. 안드로이드 XR 위에서 돌아가는 구조다. 구글과 삼성이 2년 넘게 함께 만들어온 플랫폼을 이 제품에 처음 얹은 셈이다. 5월 구글 I/O에서 같이 공개했던 그 안드로이드 XR이다.

기능 목록을 보면: 화이트보드 스캔 후 노트 자동 정리, 실시간 언어 번역, 위치 기반 내비게이션, 긴 메시지 요약, 통화 중 시점 공유. 카메라로 시각 정보를 제미나이에 넘기면 제미나이가 판단해서 귀에 대고 알려주는 구조다.

10년 넘게 IT 제품 써오면서 느낀 건, 기능 목록보다 실제로 어떤 순간에 자연스럽게 쓰게 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거다. 이 제품에서 제일 자주 쓰게 될 기능은 번역일 것 같다. 해외 여행 중 식당 메뉴판을 보면서 카메라를 슬쩍 돌리면 제미나이가 읽어주는 상황—이건 진짜 쓸 만하다.

갤럭시 글래스 착용 시 실시간 번역과 제미나이 AI 어시스턴트

젠틀몬스터랑 손잡은 이유

여기서 삼성이 영리한 결정을 했다. 디자인을 직접 만들지 않고 젠틀몬스터와 워비파커 두 곳과 협업했다.

젠틀몬스터는 서울에서 시작한 아이웨어 브랜드인데, 지금은 전 세계에 팬층이 있다. 특히 20~30대 사이에서 프리미엄 안경 하면 나오는 이름이다. 워비파커는 미국에서 합리적인 가격과 클래식한 감성으로 유명한 아이웨어 브랜드다.

이 둘을 동시에 잡은 이유가 보인다. 타깃층이 다르다. 젠틀몬스터 라인은 블랙 계열 슬림 프레임으로 패션에 민감한 사람들. 워비파커 라인은 갈색 계열 클래식 프레임으로 착용감 중심으로 고르는 사람들. 하나의 제품군으로 두 취향을 모두 잡겠다는 거다.

메타 레이밴이 레이밴이라는 브랜드 하나에만 기댄 것과 다른 전략이다. 레이밴은 클래식한 이미지가 강하고 미국·유럽 쪽에서 강세다. 젠틀몬스터는 좀 더 실험적이고 아시아 시장에서 인지도가 훨씬 높다. 한국 시장에서는 젠틀몬스터 네임밸류가 레이밴보다 세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메타 레이밴과 직접 비교하면

메타 레이밴은 국내 기준 69~74만원에 5월 출시됐다. SKT가 국내 독점 파트너다. 카메라는 12MP인데 고정 초점이다.

갤럭시 글래스는 예상 가격이 400달러대(국내 기준 50~60만원 사이로 추정)인데, 카메라에 오토포커스가 들어간다. 이게 제법 중요한 차이다. 고정 초점은 특정 거리 이상에서 흐릿하게 나올 수 있는데, 오토포커스가 있으면 가까운 텍스트나 먼 풍경 둘 다 제대로 인식된다. 화이트보드 스캔이나 간판 번역 같은 기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AI 플랫폼 차이도 있다. 메타 레이밴은 메타 AI(라마 기반)를 쓴다. 갤럭시 글래스는 구글 제미나이다. 한국어 자연어 이해에서는 아직 제미나이 쪽이 낫다는 평가가 많다. 물론 이건 체감 차이라 직접 써봐야 알겠지만.

배터리는 메타 레이밴이 케이스 포함 36시간이다. 갤럭시 글래스는 9시간에 케이스 7회 충전이니, 케이스까지 포함하면 비슷한 수준이다.

젠틀몬스터·워비파커 두 디자인의 갤럭시 글래스 나란히

아직 남은 질문들

가격이 확정 공개가 안 됐다. 출시 시장도 "일부 국가 우선"이라고만 했지 한국 포함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갤럭시 스마트폰이 없어도 쓸 수 있는지도 불명확하다. 아마 안드로이드 폰이면 기본 기능은 가능하겠지만, 삼성 폰일 때 갤럭시 AI 연동이 더 깊이 들어가는 구조일 가능성이 높다.

시장 상황을 보면, 메타 레이밴은 국내에서 아직 입소문 단계다. 스마트 안경 카테고리 자체를 한국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게 올해 초부터다. 삼성이 뛰어든 건 타이밍이 나쁘지 않다.

이 제품이 성공하려면 결국 한 가지가 중요하다—꺼내기 창피하지 않아야 한다. 구글 글래스가 망한 가장 큰 이유는 쓰고 다니는 사람이 이상해 보였기 때문이다. 젠틀몬스터 디자인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표다. 길거리에서 봤을 때 그냥 예쁜 안경처럼 보여야 한다.

솔직히 갤럭시 글래스가 메타 레이밴을 완전히 밀어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메타가 먼저 시장을 만들었고, 이미 수백만 대를 팔았다. 하지만 삼성이 제미나이와 젠틀몬스터를 붙인 제품을 50만원대에 내놓는다면,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경쟁이 된다. 갤럭시 에코시스템을 이미 쓰고 있는 사람들한테는 선택이 훨씬 자연스러울 거다.

올가을 출시가 맞다면 몇 달 뒤에 직접 써볼 수 있을 것 같다. AI 안경이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아직 검증 중이지만, 이번에 삼성까지 진지하게 뛰어들었다는 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