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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가 졌다, 오픈AI IPO 초읽기 — 1조 달러 상장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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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일, 9명의 배심원이 2시간도 채 안 되는 심의 끝에 만장일치 평결을 냈다. 일론 머스크가 오픈AI와 샘 알트만을 상대로 낸 소송이 이렇게 끝났다. 재판부는 본론도 건드리지 않았다. 머스크 측 주장이 맞는지 틀린지가 아니라,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 하나로 모든 청구를 날려버렸다.
머스크는 X에 "캘린더 테크니칼리티"라고 올렸다. 달력 문제 때문에 졌다는 뜻이다. 씁쓸한 핑계처럼 보이지만, 법 논리는 실제로 그랬다.
그런데 이 판결이 정작 중요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오픈AI 앞을 막고 있던 법적 불확실성이 사라졌다. 9월 상장 목표로 달리는 데 브레이크가 없어진 것이다.

"3년 소멸시효"가 재판을 끝냈다
머스크가 소송을 낸 건 2024년이었다. 주장은 간단했다. 오픈AI는 애초에 인류를 위한 비영리 단체로 출발했는데, 2019년 이후 수익 구조를 바꾸고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30억 달러를 받으면서 그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다. 창업 당시 자신도 공동 창업자로서 그 약속을 믿고 자금을 댔으니 배신당한 셈이라는 논리다.
논리 자체는 완전히 허황되진 않다. 오픈AI가 실제로 어떻게 변했는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머스크의 불만이 이해 안 가는 건 아니다.
문제는 그 변화가 2019~2021년 사이에 이미 공개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배심원단은 머스크가 늦어도 2021년 이전에 오픈AI의 방향 전환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봤다. 캘리포니아 주법상 이런 청구의 소멸시효는 3년이다. 2021년을 기산점으로 하면 2024년 소송은 시효 만료다.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평결 후 "배심원 판단을 뒷받침할 증거가 충분했고, 내가 직접 기각할 준비도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결론이 보였다는 뜻이다. 머스크는 항소하겠다고 했지만, 절차 문제는 실체 논쟁보다 뒤집기 훨씬 어렵다.
8520억에서 1조 달러로, 기업가치 레이스
오픈AI의 기업가치 궤적은 최근 2년 동안 속도가 붙었다. 2024년 초 800억 달러였던 기업가치는 2025년 말 6000억 달러를 찍었고, 올해 3월 아마존·엔비디아·소프트뱅크가 참여한 투자 라운드에서 8520억 달러로 확정됐다. 1년 반 만에 10배 이상 뛴 셈이다.
그리고 이제 IPO를 통해 1조 달러를 넘어서겠다는 계획이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비공개 서류 초안 작성을 맡고 있고, 이르면 5월 22일을 전후해 SEC에 비공개 제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도됐다. 상장 목표 시점은 9월, 조달 목표는 약 600억 달러다.
1조 달러 기업가치가 어떤 숫자인지 체감하려면 비교가 필요하다. 지금 시총 1조 달러 클럽에는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이 들어가 있다. 오픈AI가 목표 기업가치로 상장에 성공하면 이 5개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창업 10년 만에.

CEO와 CFO의 속도 전쟁
오픈AI 내부가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 건 아니다. 샘 알트만 CEO는 올해 상장을 밀어붙이는 쪽이다. 경쟁사 앤스로픽도 IPO를 준비하고 있고, 더 나아가 스페이스X까지 상장 레이스에 들어선 분위기라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수익 배분 재협상도 2025년 말부터 논의 중인데, 독자 상장을 이루면 협상력이 달라진다.
반면 CFO 사라 프라이어는 신중론을 폈다. 재무 안정성을 확보한 뒤에 상장해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오픈AI의 손익 구조를 보면 이 우려가 근거 없는 게 아니다.
2025년 연 매출은 약 131억 달러. 알트만은 최근 팟캐스트에서 "그보다 훨씬 많이 번다"고 했으니 실제 수치는 더 높을 수 있다. 그런데 2026년 예상 손실은 약 140억 달러에 달한다. 매출이 180억 달러에 이르더라도 손실이 더 크다는 뜻이다. GPT-5 계열 모델의 추론 비용,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가 수익을 빠르게 까먹고 있다.
그렇다면 알트만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2027년에는 매출 1000억 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2026년 180억 달러에서 2027년 1000억 달러. 5배 이상 점프를 1년 안에 한다는 말이다. 솔직히 내가 보기엔 이 숫자는 너무 공격적이다. 어떤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쉽지 않은 수치다.
진짜 리스크는 시장 분위기다
IPO 성공을 가르는 건 기업 실적만이 아니다. 상장 시점의 시장 분위기가 결정적이다.
2026년 월스트리트는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이 커진 시기다. 엔비디아가 분기별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도 주가가 횡보하는 구간이 생겼다. "좋은 실적"이 주가를 자동으로 올려주는 보장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AI 섹터 전반에 대해 이익 실현 시점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오픈AI가 1조 달러 기업가치 기준으로 공모가를 정한다면, 이익이 없는 회사에 그 금액을 지불하는 게 합리적인지 시장이 물어볼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는 적자 상태에서 상장했고, 스포티파이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두 회사 모두 상장 초기에 상당한 주가 롤러코스터를 경험했다. 오픈AI가 다르게 될 이유는 아직 없다.
게다가 경쟁자들도 많다. 앤스로픽은 구글과 아마존의 지원을 받으며 Claude를 키우고 있고, 머스크의 xAI는 소송 패배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이 어렵다. 오픈AI가 상장 후에도 독보적 1위 자리를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머스크가 퇴장하고 남은 무대
이번 재판에서 중요한 건 머스크가 이겼느냐 졌느냐가 아닐지 모른다. 재판이 3주 동안 이어지면서 오픈AI 내부 문건, 이사회 갈등, 알트만 해고 사건의 내막 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오픈AI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해왔는지가 공개 기록으로 남게 된 것이다.
이건 앞으로 IPO 심사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꼭 들여다볼 자료다. 상장 전에 공개되는 S-1 서류(투자 설명서)에 이 내용이 어떻게 기재되느냐가 공모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10년 전 오픈AI를 함께 만든 머스크는 이제 완전히 퇴장했다. 무대 위엔 알트만만 남았다. 9월이 오면 그가 만든 회사가 월스트리트의 심판을 받는다. 배심원 9명이 2시간 만에 끝낸 일을 시장이 얼마나 걸려 끝낼지, 그게 지금 남은 진짜 질문이다.